후나이원(胡乃文 중의사)
[SOH] 중국 고대 의사는 밥 외에 죽으로 양생(養生)하고 병을 치료했습니다. 옛사람들이 어떻게 죽으로 양생하고 병을 고쳤는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오래 병을 앓은 사람은 과식(過食)하거나 육식(肉食)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과식하거나 고기를 먹으면 병이 재발한다고 했지요. 이럴 때는 죽이 가장 좋은데요,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기록된 대표적인 죽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보리죽(小麥粥)은 보리의 성질이 서늘해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나는 번갈(煩渴)을 없애줍니다. 소갈(消渴)과 번열(煩熱)을 없앨 수 있지요. 여기서 말하는 ‘소갈(消渴)’은 목이 몹시 말라 물을 찾지만, 막상 물을 먹어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증상을 말합니다. 대부분 소갈의 원인은 우리 신체 내에 상초(上焦)가 특히 뜨거워져 목과 입안이 건조해지기 때문인데, 예전에는 이를 상소(上消)라 했습니다.
중의학에서는 상소(上消), 중소(中消), 하소(下消)의 ‘삼소(三消)’를 말합니다. 상소는 물을 마셔도 갈증을 해결할 수 없고, 중소는 위 속이 텅 비어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지는 것, 하소는 갈증이 나서 물을 마시면 바로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말합니다.
혹자는 이것이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당뇨병(糖尿病)이라고 하지만, 사실 소갈과 당뇨병은 같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비록 양방 생리학 교과서에서 당뇨병에는 삼다(三多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많이 배출하는 것)가 있다고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흔히 보는 당뇨병 환자 중에는 진정한 목마름은 거의 없습니다.
다시 말해 한의학에서 말하는 소갈이 꼭 현대의학의 당뇨병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보리죽이 치료하는 소갈도 꼭 당뇨병으로 생긴 갈증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또 한식죽(寒食粥)이 있는데요, 한식죽이란 한식 때 만든 죽을 말합니다. 살구씨(杏仁)와 여러 종류의 꽃을 함께 넣어 죽을 쑤지요. 진장기(陳藏器)는 한식죽으로 기침을 치료하고 혈기(血氣)를 내리며, 또 비위(脾胃)를 조화롭게 합니다.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죽(粥)은 미(糜)라고도 하는데 양옆에 궁(弓)자가 있고 중간에 쌀 미(米)자가 있다. 이는 마치 쌀을 가마솥 안에 넣고 삶는 모양이다. 또 궁(弓)자는 파도치는 모양으로 두 개의 궁자 안에 쌀 미자가 들어 있어 쌀이 물속에서 끓을 때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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