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막구(莫求)
[SOH] 청나라 안휘성 천장(天長)현 성황묘에 백(白) 도사라는 사람이 도법을 전수받기 위해 걸어서 강서 용호산으로 갔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섭 법사를 만나 밤낮으로 수련해 상당한 진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어느 날 백 도사는 수련의 적막함을 참지 못하고 섭 법사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뜻을 비쳤습니다.
“네 수련은 지금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느니라. 조금만 더 견지하면 진인으로 수련성취 할 수 있는데 어찌하여 돌아가겠다고 하느냐.”
섭 법사는 이렇게 만류하였으나 백 도사는 기어코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도착한 즉시 그는 사부에게 배운 고층의 것은 전부 잊어버리고 세간소도의 일부의 것만을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자칭 범소선(範小仙)이란 사람이 성황묘로 백 도사를 찾아왔습니다. 그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곧 친해져서 백 도사는 범소선에게 “언제까지라도 성황묘에 머물기 바랍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백 도사는 채식과 소식을 하는 반면, 범소선은 육식을 금하지 않았으므로 백 도사는 그를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범소선은 시종일관 그런 것들엔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범소선은 말과 행동이 대범하고 호쾌해 사람을 널리 사귀었습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백 도사는 범소선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세간소도에 능할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범소선은 백 도사에게 진지하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당신은 내가 멀리서 온 뜻을 아시오? 전생에 당신과 인연이 있었소. 그래서 함께 도를 이뤄 하늘로 올라 옥진자를 만나 뵙고 싶은 것이오. 당신은 무엇 때문에 이토록 속세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이오?”
이에 백 도사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원래 적막함을 참지 못하기에 강서에서도 돌아왔소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도 아직 용호산에서 수련하고 있을 것이오. 그런 내가 어떻게 당신을 따라 떠돌아다닐 수 있겠소?”
이 말을 들은 범소선은 더 이상 백 도사에게 수련을 권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데리고 산꼭대기에 올라 별을 관찰하는가 하면 산봉우리에서 봉우리로 다리를 만들어 아슬아슬하게 건너기도 하며 일반인으로서는 상상으로나 가능한 신비로운 세계를 경험시켰습니다. 그러나 백 도사는 고집스럽게 이런 것은 모두 세간소도의 환술이라고 생각해 버렸습니다.
세월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빨라 3년이 지난 어느 날 범소선은 백 도사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세상을 떠나 수도하기를 원치 않으니 나 혼자 가야겠소.”
범소선이 말을 꺼낸 다음 날부터 그 마을에 큰 비가 내려 거대한 파도가 성의 담까지 밀려왔습니다. 범소선은 백 도사를 끌고 성 꼭대기로 올라가 큰물을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여기에 묘하고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데 함께 뛰어 들어가 보면 어떻겠소?”
그러나 백 도사는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자네는 정말 선연(仙緣)이 없소!” 그리고는 이번에는 소매에서 포를 한필 꺼내 공중으로 휘던지자 마치 하늘 끝까지 연결된 것 같은 다리가 되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달나라에서 놀다 오고 싶은데 어떻소?”
백 도사는 이것 또한 환술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이에 범소선은 그에게 정중하게 읍을 하고는 몸을 솟구치더니 하늘로 날아올라 종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백 도사는 비로소 범소선이 진정 신선이 되어 떠나갔다는 것을 알았으며 자신은 신선이 될 기연을 잃어버렸음을 알고 탄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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