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청나라 강희제 경신년 정월 26일 절강성 항주사람 원추(袁樞)는 꿈속에서 백발의 긴 수염의 노인이 나타나,
“나는 공동(崆峒)의 도인인데 자네와 연분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네. 자네는 나를 따라 3년만 입산수도하면 선적(仙籍)에 오를 수 있고 신선의 반열 들 수 있다네. 이건 기밀이니 누설하지 말게나” 라고 말하고는 사라졌습니다.
잠에서 깬 원추는 기이하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그저 꿈이라는 얕은 생각에 주변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날 밤 그 노인은 다시 꿈에 나타나 “내 말을 진중하게 생각하게. 다시 한 번 경박하게 내 이야기를 누설하고 다녔다가는 자네는 벙어리가 될 걸세” 하고 말했습니다.
원추는 다음 날 밖에 나갔다가 꿈속에서 본 긴 수염의 노인을 만났습니다. 노인이 원추의 손을 잡고 휙 하고 공중으로 뛰어오르자 그들은 어느 새 항주에서 수 천리 떨어진 동북지방의 관외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어떤가? 자네는 이제 나를 따라 입산수도할 마음이 생겼는가?”
“도사님의 신통력으로 받은 감회를 저로서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세속에 집착이 많아 입산수도할 마음이 나지 않습니다.”
“ 안타까운 일이나 자네의 생각이 정 그렇다면 하는 수 없네.”
노인은 떠나면서 원추에게 단약 한 알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원추는 그 약을 먹고 그만 벙어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원추는 장애의 몸으로 여비를 구하고자 관외에서 말할 수 없는 큰 고생을 겪다가 친구를 만나 비로소 고향인 항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후에 장중승(張中丞)이란 사람이 이 일을 알고는 강서 용호산의 장천사(張天師)에게 편지를 보내 원추의 입을 열어주도록 부탁했습니다.
얼마 후 장천사에게 회신을 받은 장중승은 원추를 항주의 성황묘로 데리고 가 편지에 쓰여 있는 대로 공문은 불살라 성황신에게 바치고 두 장의 부적 중 한 장을 원추에게 삼키게 했습니다.
부적을 삼키자 원추의 몸에서는 뼈마디 소리가 요란하게 나더니 곧 잠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꿈속에서 한 사람이 손에 '26일 원 생원에게 알림'이라고 쓰인 성황유단(城隍諭單, 문서)을 잡고 그를 불렀습니다. 원추는 그를 따라 관대를 가지런히 쓰고 묘의 중앙에 정좌하고 있는 성황신 앞으로 갔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오. 금갑신이 이미 진인을 청했습니다.”
성황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긴 수염의 노인과 금갑신이 함께 나타나 성황신께 예를 갖추었습니다.
“장천사가 저 자를 회복시켜주고자 합니다. 어찌된 일입니까?”
“그 자의 명에 어려움이 있어 내가 1년간 말을 못하게 하여 재난을 소멸시키고자 한 것입니다. 그러나 창천사로부터 청이 있었다하니 반년만 벙어리 노릇을 하도록 하지요. 자네는 앞으로 입이 열리더라도 꼭 필요한 말만 하도록 하게. 그래야만 재난을 면할 수 있을 거네.”
원추는 이 꿈에서의 약속대로 벙어리가 된지 반년이 되던 날 나머지 한 장의 부적을 삼키고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제일 먼저 장중승을 찾아가 감사의 절을 올렸습니다.
장중승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장천사가 나중에 내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가 이미 금갑신을 파견하여 성황신을 도와 당신 문제를 돕도록 했다고 했소.”
이때서야 원추는 꿈속에서 본 금갑신이 바로 장천사가 파견한 사람이며 꿈속에의 일이 바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 후로 원추는 긴 수염의 노인 말을 항상 명심하여 일사 일언에 신중을 기해 생활했다고 합니다.
자료출처 <우초신지(虞初新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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