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죄수나 반체제 인사의 시신에 대한 함부로 다룬다’는 도덕적 지탄을 받고 있는 ‘인체의 신비전’과 관련해, 이 전시회에 시신을 공급하는 공장의 전 직원이 끔찍한 내부 상황을 공개했다.
프리미어(premier exhibitions)사의 기획으로 세계 각지에서 열리고 있는 ‘인체의 신비전’은 그동안 인간의 시신을 함부로 다룬다는 도덕성 논란은 물론 대량의 시신 출처가 불분명해 큰 의혹을 받아왔다.
이 전시회에 사용되는 시신들은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시에 소재한 대형 시체가공 공장 다롄호펜생명공학사(DHBTC)’에서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더 이상의 내막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중화권 언론 NTD TV는 지난 2014년 11월, DHBTC에서 근무했던 남성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족 남성 이 씨는 당시 한국에 거주 중이었다.
이씨에 따르면 DHBTC는 경비가 삼엄해 출입증 없이는 내부로 들어갈 수 없으며, 휴대폰 반입은 금지됐다. 근무 당시 ‘간장(肝臟)’ 처리를 담당했다고 밝힌 그는 “직원들은 모두 의대 졸업생으로 급여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공장에는 컨테이너 트럭으로 4~5대 분의 인체가 쌓여 있었다. 컨테이너를 가득 채운 시체들은 모두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시신을 포르말린에 절이기 위한 큰 수조가 있다. 상태가 좋은 시신은 1~2구, 상태가 좋지 않은 시신은 4~5구씩 한 수조에 넣어졌다. 그 후 시체의 지방과 수분을 빼고 화학 약품을 채운다. 그렇게 처리된 시신은 이제 인간이 아니라 플라스틱과 같았다. 그중에는 임산부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DHBTC는 사람의 시체들을 돈과 거래하는 지옥과 같은 곳 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공장은 당시 다롄 시장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의 아내 구카이라이(谷開来)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의사 군터 폰 하겐스가 다롄에 세운 이 시체가공 공장은 보시라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당시 보시라이는 하겐스 박사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했으며, 하겐스 박사는 다롄시 정부의 지지와 우대 정책, 저렴한 인건비 그리고 풍부한 시신 공급원 확보 등에 감사를 표했다.
중국의 대표적 개혁 성향지인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의 2014년 보도에 따르면 DHBTC는 2012년 보시라이 부부가 영국인 살해와 부패 혐의로 체포된 직후 폐쇄됐다.
한편 지난 2012년 인체의 신비전 기획사인 프리미어(premier exhibitions)사는 ‘죄수나 반체제 인사의 시신에 대한 함부로 다룬다’는 도덕적 지탄에 대해 시신 공급처를 중국 공안이라고 밝혔다.
프리미어사는 성명에서 “인체 전시에 사용되는 시신은 중국 공안이 제공하며, 이들은 중국 감옥 등에서 시신을 확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본사는 시신이 중국 감옥에서 처형된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독립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2004년 인체 표본 전시회에서 전시된 작품인 ‘임산부와 태아’는 자궁에 태아를 품은 임신 8개월 차 여성의 표본으로 출처가 ‘공안국(2001년)’으로 표시되어 있다.
중화권 언론과 여러 외신에 따르면 이 시신은 90년대 중국 다롄 방송국의 유명 여성 아나운서 장웨이제(張偉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웨이제는 보시라이의 다롄 시장 재직 시절 내연녀로 알려져 보시라이의 아내 구카이라이에 의해 희생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돼왔다.
또 중국 내외 정보에 따르면 해당 전시회에서 공개된 인체 표본 중에는 중국 당국에 의해 탄압을 받고 있는 파룬궁 수련자의 시신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여겨진다.
1999년부터 시작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파룬궁 박해를 보시라이가 적극 지지해왔고, 당시 보시라이가 임직하던 랴오닝성의 파룬궁 박해가 중국 내에서 가장 극심했다는 점으로부터 미뤄볼 때 시신 출처가 파룬궁 수련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2004년 “랴오닝성 다롄시에 위치한 인체 가공공장 주변에는 적어도 3개의 감옥과 강제수용소가 위치해 있고, 그곳에는 정치범과 파룬궁 수련자가 구금돼 있다”고 보도한바 있다.
파룬궁은 1990년대 중국에서만 약 7000만 명이 수련한 전통 기공 수련법이다. 당시 장쩌민 국가주석은 불과 수년 만에 파룬궁 수련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경계하며 “파룬궁의 정신 수양은 공산당의 이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워 파룬궁 수련자에 대한 유혈 탄압을 시작했다. 이후 중국 당국은 개인 거주지와 직장 등 모든 장소에서 파룬궁 수련자를 찾아내 강제 연행했고 수백만 명이 실종됐다.
미국에 거점을 둔 국제 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도 지난해 8월 중국 종교 탄압 문제와 관련한 보고서에서 “파룬궁 수련자에 대한 탄압은 티베트족, 위구르족, 기독교도에 대한 박해와 비교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파룬궁 탄압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정점을 이뤘는데 마침 중국은 2003년 인체표본의 최대 수출국이 됐다. 이 같은 사실들이 파룬궁 수련자 완전 제거를 위한 탄압과 함께 발생했기에 시신의 출처도 충분히 파룬궁 수련자일 수 있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인체의 신비전’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윤리적 이유로 개최가 취소되었으며, 미국에서는 인권단체들의 문제 제기로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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