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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혼설독(迷魂褻瀆)... 미혹되어 성스러움을 모독하다

문화부  |  202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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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著: 육서성 
演記: 한치선(타타오)    


[SOH] 주왕이 아침 정전에 올라 문무백관을 모아놓고 조회를 하고 있었다. 

마시가 바라보니 수백 개 화로에선 침향이 은은히 타오르는데 백옥계단 앞에는 치미관(雉尾冠)을 쓴 관리들이 모여 있었다. 주왕이 앉은 금란전 계단 바로 아래에는 근위장군들이 창검 철퇴를 들고 철통같이 호위 중이었다. 

마시는 소설 속에서만 보았던 주왕을 처음 대면하고는 조금 놀랐다. 그녀가 상상한 주왕이라는 존재는 포악한 산적이나 범죄형 인물의 모습으로 상정하고 있었는데 막상 실물을 보니 키가 시원하게 크고 체구는 아주 잘 발달된 근육질이었으며 무엇보다 오관(五官)이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특히 그의 눈매에서는 영민한 빛이 붉은 기운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뭐지? 얼굴은 얼골이라. 그 얼이 고이는 골짜기인 것인데 이런 역대급 폭군이 이토록 잘생기면 어쩌자는 거지? 더구나 저 눈빛은… 아이고! 내가 이번 일에 객관성을 유지하기는 애당초 그른 것 같네!’

마시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뚜벅뚜벅 계단을 올라 주왕 앞에 섰다. 주왕은 짐짓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니, 어느 제후나 장군도 짐과 나란히 설 수 없는 법이거늘 너는 무슨 수로 여기까지 온 것이냐?”

마시는 생긋 웃으며 말을 받았다.

“아하! 모두 황제의 계단 아래 시립한다 하여 계단폐(陛) 아래하(下)- 폐하(陛下)라는 말이 나왔군요?”

“알면서 넌…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은 걸 보면 요괴가 틀림없으렸다?”

마시는 입술을 샐쭉 내밀며 받아쳤다.

“그런데 그쪽 눈에만 띄었으니 그럼 당신도 요괴인가요?”

“무엄하다! 나는 하늘의 아들, 천자(天子)이며 존명은 제신(帝辛)이고 일명 주왕(紂王)이라고도 하느니라!”

주왕은 그리 말하면서도 재미있었는지 표정은 밝아지고 있었다.

“주왕? 주왕이라면… 주나라 왕이란 뜻인가요?”

“아니, 젊은 아가씨가 그렇게 헷갈리면 되겠는가? 난 상(商)나라의 왕이고 상나라의 수도가 은(殷)이니 은왕이라고도 하며 이름은 제신(帝辛)인데 사람들은 나를 주왕(紂王)이라고도 칭하지. 그래서 주왕일 뿐 주나라 따위의 왕이 아니니라!”

“저도 요괴가 아니고요. 말하자면 기니 그냥 방학숙제로 역사 탐방하러 온 요정 정도로 알아 두셔요.”

주왕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인 듯 수염을 바로잡으며 슬며시 미소까지 지었다.

그때 문무(文武) 양반(兩班) 중 문반(文班)에서 한 백발의 노인이 대열 밖으로 나와 홀을 받쳐들고 아뢰었다.

“신(臣) 상용이 주청하옵니다. 내일은 여와낭랑(女媧娘娘)님의 탄신일이옵니다. 청컨데 폐하께서는 여와궁에 납시어 분향하소서!”

주왕은 모처럼 요정과의 신기한 대화가 끊긴 것이 마땅치 않았는지 튕기듯이 대답했다.

“여와? 그녀가 뭐라고 만승의 천자인 짐이 꼭 가서 향사르고 참배를 해야하오?”

재상 상용은 주왕의 대답에 헐! 하는 표정을 짓고는 말을 이었다.

“여와는 상고시대의 신녀(神女)이고 태어나면서부터 성스러운 덕이 있사옵니다. 아득한 옛날에 공공씨(共工氏)가 머리로 부주산을 들이받았을 때 하늘이 서북으로 기울고, 땅은 동남으로 함몰되었습니다. 이 때 여와께서 오색석(五色石)을 캐어 이를 잘 갈아서 구멍이 난 푸른 하늘을 보수하였습니다.”

주왕은 노 재상의 말이 좀 지루한지 시선을 마시 쪽으로 하고 조그마한 소리로 물었다.
“저 말 믿어지냐?”

마시가 쿡- 웃음을 참는데 상용은 말을 이었다.

“고로 그 분의 공덕이 백성들에게 미치게 되어 모든 백성들이 사당을 세워 제사를 지냄으로 은덕에 보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신에게 제사를 지내게 되면 사시가 태평하고, 국가의 복이 길게 이어지며, 각종 재해가 물 속으로 스미듯 사라집니다. 이는 국가에 복을 내리고 백성을 비호하는 바른 신이므로 폐하께서는 마땅히 납시어 분향해야 합니다."
주왕은 하품을 손으로 감추다가 마시를 보고 슬그머니 물었다.

“요정아, 너의 의견은 어떠냐? 짐이 여와궁에 가? 말아?”

마시는 문득 이 순간이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막중한 시간대임을 느끼고는 침을 꼴깍 삼키고 대답을 하려는데, 자기도 모르게 입술이 저절로 움직이며 다음과 같은 언어를 토해냈다.

"하늘이 친 그물 성긴 듯 하나
빠져나갈 길 없으니
은빛 그물코마다 보라!
사람과 신들이 걸려 퍼덕거리네!”

마시는 스스로의 황당한 말에 당황했지만 주왕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뭐야? 노 재상의 충언이니 빠져나갈 생각 말고 가란 이야긴가?”

‘어… 그게 아닌데…’

다음 날 수도인 조가(朝歌)의 남문으로 주왕의 수레와 행렬이 나오는데 3천의 철기병에 8백의 어림군이 따랐으며 무성왕 황비호(黃飛虎)가 호위를 총 지휘했다. 백성들은 집집마다 향을 사르고 문문마다 채색 비단을 걸어 그 행차를 환영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감사와 발복을 기원했다.

여와궁은 오색과 금칠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고 동자가 짝을 이뤄 깃발을 잡고 있었으며 옥녀들은 쌍쌍이 여의주를 받들고 있었다. 은촛대는 휘황찬란하고 자줏빛 안개가 어린 모양이 심상치 않은데 주왕은 수레에서 내려 향에 불을 붙여 향로에 꽂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요정..? 너도 따라왔구나?”

“주왕께서 향을 꽂으시는 모양새를 보니 마음이 하나도 아니 담겨있군요. 그렇죠?”

“맞다, 맞아! 이런 일이 뭐 그리 재미있겠느냐? 맛도 없고 멋도 없는 일…”

주왕이 혼잣말을 마치기도 전에 한 줄기 스산한 바람이 불어와 휘장을 말아 올렸다. 
마시는 문득 소름이 끼쳤다. 

‘일진광풍(一陣狂風)이라는 표현이 이 날 처음으로 생긴 것인가? 뭔가 불길해…!’

말려 올라간 휘장 뒤로 여와낭랑의 성상(聖像)이 얼핏 드러났는데 그 자태가 몹시 아름다워 마치 그림에서 향기로운 오색 광채가 쏟아져 나오는 듯했다. 

그때 마시는 보았다. 수많은 고층계의 신장들이 주왕의 곁에 모여들어 그를 지키는 것을! 
신장들은 마치 주왕이 경거망동할까봐 그를 자제시키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마시는 여와상을 보고는 더욱 놀랐다. 그 고색창연한 여와상을 감싸고 있는 것은 엄청나게 거대한 음녀(淫女) 형상의 신이었다. 그 음녀신은 두 손을 촉수처럼 내밀어 주왕을 향해 너울거리는데 그 순간- 주왕의 원신은 쑤욱 뒤로 딸려 들어갔고 전면에 또 다른 주왕의 형상이 튀어나오며 말했다.

“이것이 뉘인가? 월궁의 항아런가, 선궁의 선녀런가? 참으로 보기 드문 절세가인(絶世佳人)이로다!”

마시는 어이가 없어 속으로 생각했다.

‘저.. 저것은 미혼(迷魂) 만다라? 한 사람을 겨냥하여 그 혼을 홀려내는 그림, 미혼 만다라가 바로 저것이란 말인가?’

주왕은 손으로 휘장을 열치고는 여와상을 얼빠진 사람처럼 보고 있더니 깊은 한숨을 쉬며 뒤에 선 시종관에게 말했다.

“짐이 천하의 권세를 쥐었고 세상의 부(富)를 다 가졌다고는 하나, 어찌 내 곁엔 저런 절색이 하나도 없단 말이냐!”

시종관이 황망한 낯을 하고는 대답했다.

“폐하께서는 후궁과 비빈이 천명이 넘사온데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주왕은 그를 노려보더니 껄껄 웃어대며 말했다.

“그 중에 누가 저만큼 미인이더냐?”

할말을 잊고 눈만 굴리는 그에게 주왕은 말을 이었다.

“문방사보(文房四寶)를 가져오라! 어서!”

주왕 앞에 자색빛이 나는 구름문양 벼루가 놓였고 시종관은 서둘러 물을 치고 먹을 가는데 그 그윽한 묵향이 궁내를 채우기 시작했다. 주왕은 모처럼 떠오른 시상이 사그러들까 조급했는지 시종관을 밀어내고는 상아로 필관을 만든 죽필을 들었다.

 그리고 그 붓끝에 먹물을 듬뿍 적시더니 여와상의 허벅지 옆 여백에 시를 한수 써내려 가기 시작하는데 필체는 옛 전서(篆書)로 새가 퍼득거리고 벌레가 꿈틀대는 기세였다. 그 뜻을 간결히 보자면 이런 식이었다.

봉새와 난새 무늬 휘장 사이로 바람이 드니
너울거리는 듯 소매와 치맛자락이여,
이 요염한 여인이 움직여 나올 수 있다면
내 품고 돌아가 오랫동안 즐길 것을!

그 주왕의 욕망 질펀한 휘호가 끝나자 재상상용이 흰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주청했다.

“여와께 분향하심은 한 해의 풍년과 태평성세(太平聖歲)를 기원하자는 것이온데, 이런 시를 지어 여와의 밝음을 모독하시니 이것은 예가 아닙니다! 어서 물로 깨끗이 씻어내게 하소서!”

주왕은 천연덕스레 대답했다.

“여와의 절세미모 옆에 내 천하명필이 함께 하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만백성이 찬탄할 것인데 경은 더 이상 따지지 말라! 돌아가자.”

주왕은 아쉬운 듯 다시 한번 여와상을 바라보고는 손을 뻗어 그 얼굴을 매만지다가 마지 못해 돌아섰다. 그는 수레에 몸을 싣고도 왕궁으로 돌아가는 내내 망연히 시선을 허공에 두었다.

마시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시종관에게 물었다.

“주왕께선 평소 이렇게 미색을 밝히시나요?”

“꼭 그렇지는 않으신데 오늘 뭔가 좀 달라 보입니다. 원래 영명하신 분인데 그렇게 이상한 짓을 하실 줄이야…”

일단 대답을 해놓고 시종관은 자기가 허공에 대고 말했다는 생각에 이상했는지 입을 막았다.

그때 하늘가에 구름이 자욱하더니 마른 벼락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하늘이 마치 마시를 부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빛을 명멸(明滅)하는 것을 바라보던 마시는 뇌까렸다.
‘무언가 나를 부르는 것인가?’

마시는 일어서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허거사는 늘 서두에 시를 써넣어서 줄거리를 다 공개해버렸지만 난 말미에 시를 올리리라!’

鳳帳姿容豔 (봉장자용염)
君王心自貪 (군왕심자탐)
願為枕席伴 (원위침석반)
輕瀆惹天嗔 (경독야천진)

봉황 그림 병풍 속 자태가 곱디고운데,
군왕의 마음은 절로 탐욕에 물들었네.
원하건데 내 침상 곁에 짝이 되어주오,
이 경박한 욕됨이 하늘의 노여움을 샀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슈웅- 하고는 솟아올라 구름너머로 사라져갔다.

■ 여와진노(女媧震怒)... 여와가 우레와 같이 분노하다

이 날, 한 여신이 아름다운 자태로 하늘을 나풀나풀 걷고 있었다.

자신의 생일을 맞은 천상의 여와는 화운궁(火雲宮)에 가서 복희(伏羲)·신농(神農)·황제(黃帝) 등 세 성인을 만나 인사를 올리고 축하주도 몇 순배 걸친 후 얼굴이 발개진 채 기분 좋게 송이송이 구름을 즈려밟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여와는 마시를 보고선 입을 열었다.

“넌 뭐냐? 아니, 대답하지 마! 창조신인 여와, 내가 모르는 생명은 애당초 있을 수 없으니… 넌 문자요정 마시로구나?”

마시는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며 인사했다.

“문자요정 마시가 인류 창세주 여와낭랑께 인사올립니다. 생신 축하드리오며 만세 만세 만만세!”

여와는 싱긋 웃으며 되쳐물었다.

“흥! 만세? 나더러 만세(萬歲)만 살고 사라지라는 건 아니겠지? 이미 내 나이가 일만세가 넘었는걸!”

마시는 천연덕스레 대답했다.

“제가 올린 만세는 해세(歲)가 아닌 세상세(世)이며, 그 세(世)는 본디 열십(十)을 세 개 이어 놓은 것이라 30년을 뜻하오며, 바로 인간이 성장하여 자식을 가질만한 나이 30년을 뜻한다 하여 한 세대(世代)라 하였고, 예전에는 서른 삽(卅)하고도 의미가 통했답니다. 그러니 제가 올린 만세(萬世)는 30*10,000, 즉 30만년을 이르는 축수(祝壽)이오며, 만세+만세+만만세이니 만세 네번- 대략 120만년 이상 사시라는 뜻이옵니다.”

여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시에게 다가와 물었다.

“과연 문자요정 맞구나? 허나 새삼 놀라워라! 어찌 그리 문자를 잘 아느냐?”

“아유! 미개한 인간들을 보시고 여와낭랑님께서 제게 신의 뜻을 인간에게 널리 길게 전하기 위해 문자(文字)를 지어 전하라고 하셨잖습니까? 그래서 제가 창힐과 혁덕과 을보륵 등에게 허구한 날 문자에 대한 영감을 전해주느라 야간잔업과 주말작업에 뼛골이 좀 삭았습니다만…”

“아… 그랬었던가? 내 나이가 일만살이 넘어가니 이제 지난날이 아득하구나! 그건 그렇고 오늘 내 처소엔 네가 무슨 일로?”

마시는 여와의 그윽한 눈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외람된 질문이오나... 낭랑께서는 남자의 사랑을 받아보셨습니까?”

“어허! 정말 너무 외람된 질문 맞구나. 그건 왜? 내가 우주 창세의 자궁에서부터 지금까지 외롭게 살아온 노처녀 신인 줄 아느냐?”

“아니옵니다. 그럴리가요! 세상이 다 알다시피 여와님은 오라버니인 복희씨와 부부를 이루어 인간세계를 창조하시지 않았습니까?”

여와는 그 말을 듣고는 얼굴이 붉어지며 얼른 말을 막았다.

“그건 좀 와전(訛傳)된 이야기니라. 나도 잘 기억은 안 난다마는 복희씨는 원래 신이 아닐게야. 나는 나면서부터 신이었고 그는 인간 중에 걸출한 인물이었지. 실은… 내가 하도 외로워서 창조한 존재란다. 내가 창조해놓고 마음에 심히 흡족하였네라. 그래서 꼬리도 감아가며 함께 콩심어 콩튀듯 알콩달콩 씀풍씀풍 인류를 창조해대었겠지, 아마도. 그런 걸 보고 세상에서는 남매사이라느니 부부라느니 말도말도 어찌나 많던지…”

“그 이야기를 밝히자면 따로 책 한권을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여와와 복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런 식? 그런데 오늘의 주제는 그것이 아니오라 뜻밖의 외간 남자에게 사랑을 받아보신 적이 있으신지, 있으시다면 그 기분이 과연 어떠하실지… 그것이 궁금한 것입니다.”

“외간 남자? 내가 모든 남정네와 여자를 창조한 주체인데 내게 외간 남자란 있을 수가 없지!”

“아, 그렇네요! 그러면 이를 어쩐다…?”

여와는 마시의 속생각이 궁금했는지 그녀의 이마 천목자리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시선을 다급히 하계로 내리깔고는 눈을 부릅떴다. 여와의 시선은 한줄기 푸른 불꽃이 되어 하계 여와궁 자기 신상의 허벅지 곁에 주왕이 휘달린 싯구를 몇 차례나 훑어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를 부드득 갈며 외치듯이 말했다.

“무도(無道)하고 어리석구나! 은(殷)나라 주왕이여!”

이제 여신이 뽑아든 무서운 천벌의 카드는 과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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