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G20에서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뒤 조만간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의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린다. 7월 1일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은 외빈을 만난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현재 나는 주석을 위해 약간의 의전 외교나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왕치산은 자신이 ‘의전’ 담당임을 자인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은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중국을 방문했다. 7월 1일 오전, 왕치산은 중난하이에서 에브라르드 장관 일행을 만났다.
피닉스 위성TV는 신화사 보도자료에는 언급되지 않은 양측 간의 대화를 다수 보도했다. 왕치산은 “한 번 보면 초면이고 두 번 보면 구면이라는데, 두 번째 만났으니 친구다. 13년이 지나는 동안 당신은 성숙했고 나는 늙었다. 당신은 외교를 하지만, 나는 현재 주석을 위해 약간의 의전 외교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치산이 에브라르드 장관을 처음 만난 것은 2006년 6월 베이징 시장에 오른 후 멕시코를 방문할 때였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당시 막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된 상황이었다.
권력의 속성상 왕치산은 당직이 없기에 의사 결정권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정치국 상무위원 배석설, 대미 외교 주관설 등이 나돌고 있지만, 실제적 근거가 없다 보니 그에게 실권이 없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리고 지금 왕치산 본인의 발언으로 이것이 확인됐다.
왕치산은 2008년 금융 및 통상담당 부총리가 돼 여러 차례 중공의 대외 통상회담을 이끌었다. 이후 부주석에 오르자마자 제8기 상무위원 및 미중 무역회담의 책임을 맡았다.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될 때 왕치산이 회담차 워싱턴에 직접 갔다는 뉴스가 반복적으로 나왔지만 후속 보도는 없었다.
6월 4일 본보 ‘특별 보도’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 시작 이후 미국의 정치 경제에 정통한 왕치산이나 리커창 등의 발언은 전혀 나오지 않았고, 장쩌민파 왕후닝(王沪宁) 등이 중난하이에서 득세하며 문화대혁명식 구호와 정책으로 분쟁을 끌어갔다. 그러나 결과는 연전연패였고 정치 부패, 경제위기, 민원 폭발 문제는 전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왕치산은 미중 무역전쟁에 책임이 없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기 전, 대만 언론은 중공 ‘내부인’의 말을 인용해 “왕치산, 류허(刘鹤), 왕양 등 실무파들은 국력이 피폐해 일전을 벌이기 힘듦을 잘 알고 있지만, ‘실무에 어두운 당권자’들과 ‘속셈이 음흉한 보수파’가 민족주의 정서를 강하게 자극해 미국과의 일전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세전쟁이 시작된 2018년 7월 6일, 익명의 중공 관리 몇 명이 홍콩 매체와 인터뷰 했다. 그들은 무역전쟁의 책임은 일부 당 관리와 매체에 있으며, 당내 고위층 누군가가 시 주석과 중앙의 지시를 왜곡 전달하고 부당한 선전을 지시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2018년 8월 9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의 무역전 가능성이 증가하면서 중공 당내에 분열이 발생했고 시진핑의 보좌역으로 이념과 전략을 담당한 왕후닝(王沪宁) 정치국 상무위원이 비난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도했다.
2018년 8월 23일 홍콩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왕치산은 자신이 미국 문제 및 무역전쟁에 결코 관여하지 않았고 다만 부주석 직무에 충실할 뿐이라 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2018년 7월 31일 자 보도 역시 “왕치산은 5월 미국 경제인과의 회동 시, 이미 자신이 ‘미중 관계 해결의 책임자’가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자신은 국가 부주석 업무만 맡아 시 주석이 지시하는 대로 처리할 뿐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한 분석가는 왕치산이 미중 무역전쟁과 자신의 관계를 그렇게 명백히 밝힌 것은 무역전쟁의 책임이 그에게 있다는 오해가 커졌기 때문이라 했다.
홍얼다이(紅二代) 뤄위(羅宇, 전 중국군 대장 뤄루이칭(羅瑞卿)의 아들)는 예전 ‘칸중궈(看中國)’와의 인터뷰에서 “왕치산이 미중 무역전에 개입하지 않은 것은 그가 매우 현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이 이길 수 없는 전쟁이고,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는 없고, 평판만 떨어지는 전쟁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뤄위는 ‘왕치산은 중국 정치체제의 변혁이 없으면 무역전쟁에서 이길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정치체제가 변화되려면 시진핑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그가 용기가 없다는 것’이라 했다.
뤄위는 ‘미중 무역전은 중공의 어떤 관리도 주재할 수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하기 때문이다. 왕치산이 나선다 해도 별수가 없다. 미중 무역전쟁은 근본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 일어나면 중공이 바로 패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뤄위에 따르면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중공은 더는 물러날 수 없는 곳까지 밀릴 것이다. 중공의 이념은 세계 보편적 가치에 접근할 수 없어 근본적으로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중국의 유일한 해법은 한 단계 한 단계 민주화하면서 국제질서를 준수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 뤄위의 견해다.
■ 왕치산이 자기 포지션을 밝힌 이유
올해 5월 초 미중 무역회담이 결렬됐을 때, 중공 고위층 내부는 무역협상을 두고 격한 줄다리기가 한창이었다. 6월 29일, G20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무역협상 재개를 결정한 것은 중공 내부의 줄다리기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음을 뜻한다. 또한, 홍콩 ‘송환법 반대’ 운동도 매우 강경하다. 중공 정권은 안팎으로 곤란에 처했다. 관례대로라면 중공 고위층의 베이다이허 회의는 7월 말에서 8월 초에 열린다. 매년 이 회의에서 중공은 투쟁과 문책의 결전을 벌이곤 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왕치산은 외교 현장에서 자신이 “약간의 의전 외교나 하고 있다”며 실권이 없음을 드러냈다. 왕치산은 공식 외교 석상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워싱턴의 중국 문제 전문가 스짱산(石藏山)은 미중 무역회담이 결렬됐다가 이번에 재개하기로 결정된 가장 유력한 이유를 ‘배후에서 교란하는 쩡칭훙 등이 시진핑의 명령으로 수동적 입장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본다.
6월 15일 블룸버그 통신은, ‘베이징은 6월 초 펜스 미국 부통령을 통해, 왕치산 부주석과 펜스 부통령이 전화로 무역회담을 재개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지만, 미국이 거절했다’고 전했다.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 파라(Alyssa Farah)는 “펜스 부통령과 왕치산 부주석의 통화 계획은 없으며, 베이징 측에서도 그런 통화를 요구한 바 없다”고 밝혔다.
스장산은 ‘왕치산이 자기가 약간의 의전 외교나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자기는 미중 무역전쟁에는 아무 책임이 없으며, 오직 미중 무역협상에 관심이 있을 뿐임을 밝히려는 것’으로 본다.
왕치산은 중공은 ‘망당(亡黨) 위기에 처했다’는 발언을 종종 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로 재임하던 기간, 시진핑을 도와 강력한 반부패를 이끌었기에 그는 장쩌민 집단으로부터 격렬한 공격을 받았다.
중공 19차 당대회 전에는, 왕치산이 중기위 서기에 유임돼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지만, 그는 결국 당내의 모든 직을 내놓고 국가 부주석이라는 힘없는 자리로 가야 했다. 그리고 이런 공격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 에포크타임스
권성민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