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은 올해 들어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내수 불안, 홍콩의 민주화 시위 등으로 내우외환에 처하자 색깔혁명(비폭력 형식으로 정권교체를 실현하는 사회운동)과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다.
■ 시진핑, 성부급 세미나에서 ‘위험’ 누차 언급
중국 당국의 1월 21일 자 통가오(通稿·통신사가 통일적으로 매체에 제공하는 원고)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공 성부급(省部級·장차관급) 주요 관리들의 세미나 개막식에서 연설 중 ‘위험’이라는 단어를 무려 21차례나 언급했다.
당시 세미나는 “당에 대한 기본 생각을 견지하고 (국가적) 중대 위험을 방지하는데 주력하자”는 주제로 진행됐다. 시 주석이 강조한 ‘위험’은 정치, 이데올로기, 경제, 과학기술, 사회, 외부 환경, 당 건설 등 중국 전반에 걸친 영역이 포함된다.
당시 시진핑의 연설의 요지는 ‘위험’과 ‘위기의식’이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新華社)이 보도한 3000여 자 분량의 이 연설문을 보면, ‘위험’이라는 단어가 20차례 이상 반복된다. 홍콩 명보(明報)는 이에 대해 “시 주석은 2019년을 매우 어려운 해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정법위, 정권 안전 강조... “공안 ‘색깔혁명’ 엄격히 막아야”
1월 18일, 중공 중앙위원회는 ‘중공정법공작조례(이하 조례)’를 발표했다. 이 조례에 따르면 중앙정치법률위원회의 1차 기능은 국가 안보, 특히 정권 안전과 제도 안전을 핵심으로 하는 정치 안전 및 유지와 관련된 중요 사항을 총괄하는 것이고 2차 기능은 사회안정유지 관련 사항을 총괄하는 것이다.
1월 17일, 중공은 전국 공안청 국장회의를 열었다. 자오커즈(趙克志) 공안부장은 “올해 공안의 중대 정치임무는 ‘색깔혁명’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위험 방지를 최우선으로 삼을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자리에서 ‘색깔혁명’ 방지를 언급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1월 15~16일 중공은 중앙정법공작회의에서 정권 및 제도 안전의 유지에 대한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이보다 앞선 1월 11~13일, 중국 공산당 19차 중앙기율위원회 3차 전회가 베이징에서 열렸다. 시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중기위에 6가지 임무를 제시했는데, 정권 출범 후 줄곧 강조해 온 ‘부패척결’이 ‘정치기율’과 ‘정치규율’보다 뒤처진 4번째 임무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시사평론가 리린이는 “중공의 경제부패 조사가 정치규범 검토에 자리를 내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정법시스템, 중기위, 성부급 관리들의 요구로 볼 때 중공은 정권유지에 매우 불안을 느끼기 때문에 ‘정권 안전’은 중공 각 부서와 시스템의 최우선 과제가 된 것이다.
지난 1월 산시(陝西)성 친링(秦嶺)의 호화별장촌 불법 건축 사건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중국 중앙TV는 이 사건에 대한 전말을 특집 다큐멘터리로 방영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산시성 정부는 시진핑의 여섯 차례에 걸친 지시를 무시했고, ‘산시성 위원회 주요지도자’도 직접 지명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산시성 당서기는 자오정융(趙正永)이었다. 사건 발생 후 자오 서기는 같은 달 15일 낙마했다.
웨이민저우(魏民洲) 전 시안시 서기, 펑신주(馮新柱) 전 산시성 부성장, 첸인안(錢引安) 전 산시성 비서실장과 지칭(吉慶) 시안시장 상관, 청췬리(程群力) 전 시안시 정협 주석 등도 이 사건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강등됐다.
리린이는 “당국이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다루며 관련 관리들을 응징하는 것은 정권 불안에 대한 압력이 매우 큰 상황에서 중하층 관리들의 상부에 대한 불복종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 대중 언론 플랫폼 통제 강화
중공은 대내외적인 어려움에 처하면서 언론에 대한 통제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2017년 6월부터 발효된 ‘인터넷안전법’은 인터넷 통신과 소셜네트워크를 엄격히 제한하고 가상사설망인 VPN을 통한 우회 접속을 제한해, 중공의 인터넷 검열과 감시가 전례 없이 치밀하게 이루어지게 했다.
올해 1월 9일, 중국 인터넷 시청각프로그램 서비스협회는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관리 규범’과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 심의기준 세부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동영상 플랫폼이 프로그램 콘텐츠 ‘선 검열 후 방송’ 제도를 시행하도록 요구했다. 프로그램 제목과 소개 뿐 아니라 심지어 자막과 논평 등 실시간 대화 성향이 강한 콘텐츠조차도 선 검열 후 방송해야 한다.
■ 베이징대 교수, “중공, 역사 무대에서 물러나야”
중공이 올들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정부에 대한 지식인들의 공개발언이다.
정예푸(鄭也夫) 베이징대 교수는 지난 1월 ‘정치개혁이 어려운 이유’라는 자신의 글에서 “정치개혁이 한 걸음도 진보하지 못하는 것은 당 수뇌부의 독재 때문이라며, 시 주석을 향해 독재정치를 끝내고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는 것이 인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직언했다.
정 교수는 “중공은 지난 70년간 인민들에게 너무 많은 재앙을 가져다 주었다”며, 중공의 권력 구조와 생태는 스스로의 잘못과 독단 등을 바로잡는 자체 수정 메커니즘을 거의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 중국 지식인 100여 명, 소감문 통해 당국 독재 비난
중공은 지난해 12월 ‘개혁개방 40주년’ 기념대회에서 새로운 개혁조치를 내놓기는커녕 ‘바꿀 수 없는 것은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에 대해 개혁을 주장해 온 중국의 지식인들은 큰 절망감을 토로하며 쓴소리를 잇따라 내놨다.
같은 달인 12월 말, 중국 SNS에는 ‘100명의 중국 공공지식인이 발표한 개혁 개방 40년에 대한 소감문’이 올라왔다. 이 글은 중국 당국의 검열로 곧바로 내려졌지만 이미 네티즌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졌다.
이 소감문에서 지식인들은 각자 한두 마디의 짧은 글을 실었지만 그 내용들은 중공의 급소를 찌르는 날카로운 내용이었다.
베이징 독립 시사평론가 차이션쿤(蔡慎坤)은 “개혁은 국민이 밥만 굶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며, 소수 계층만 경제적 변영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독립학자 훙전콰이(洪振快)는 “진정한 개혁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둥(山東)성 변호사 우레이(伍雷)는 사회적 정의 구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회적 약자들이 억울한 누명으로 피해를 입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막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후싱더우(胡星鬥) 베이징 이공대 교수는 “시장과 법에 반(反)했던 과거 ‘개혁’을 끝내고 진정한 시장경제 국가이자 법치국가를 건립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새로운 사상 해방 운동을 통한 ‘새로운 개혁 개방’을 시작할 것을 주장했다.
장수광(張曙光) 베이징 사범대 교수는 “정치제도 개혁만이 진정한 개혁이고, 사상문화 개방만이 진정한 개방”이라고 말했다.
장첸판(張千帆) 베이징대 법학과 교수는 “중국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병폐, 인권과 법치의 역행은 근본적으로 모두 진정한 선거제도의 부재 때문”이라며, “선거제도의 개혁이 없이는 진정한 개혁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 쉬장룬(許章潤) 칭화(淸華)대 교수는 “중국의 큰 변화는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지식인들의 주장에 대해 리린이는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며, “중공은 이미 운이 기울었기 때문에 향후 붕괴적 난국은 꼬리에 꼬리를 물 것이며, 더 많은 이들이 당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포출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중국은 올 초 시진핑의 우려대로,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몰락, 홍콩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개입과 통제로 폭발한 시민들의 장기적 시위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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