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의 민주화 항쟁인 1989년 톈안먼(天安門) 시위 당시 당국의 무력진압에 반대해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공산당(중공) 총서기가 2005년 사망한 지 14년 만에 묘지에 안장됐다.
1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05년 사망 후 자택에 안치돼 있던 자오 전 총서기의 유골이 14년 만에 부인 량보치(梁伯琪)의 유골과 함께 베이징 북부 민간 묘지인 톈서우위안(天壽園)에 안장됐다. 이날 장례식은 자오 전 총서기의 자녀, 친지 등 100여 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자오 전 총서기는 국무원 총리로 경제개혁을 주도하고 1987년 공산당 총서기직에 올랐다. 하지만 톈안먼 사태 당시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려는 덩샤오핑(鄧小平) 등 강경파에 맞서다가 “당을 분열시켰다”는 이유로 무력진압이 끝난 6월 24일 모든 직위에서 축출됐다.
무력 시위진압을 반대하며 학생들과 대화를 모색한 자오 전 총리는 축출 전인 5월 19일 톈안먼 광장으로 찾아가 눈물을 글썽였다.
힘겨운 얼굴로 "내가 너무 늦게왔다. 여러분이 제기한 문제는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라며 단식농성 해제를 설득하는 장면은 중국인들의 가슴속에 여전히 살아있다.
자오 전 총리는 이후 2005년 1월 85세로 사망할 때까지 16년간 베이징 자택에서 가택 연금됐다. 2013년 부인까지 숨지자 가족은 집에 보관 중인 두 사람의 유골을 묘지에 안장하려고 했지만 중공 당국의 불허로 14년간 자택에 안치됐다. 당국은 톈안먼 시위를 ‘반당(反黨)·반혁명 폭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국은 올해 자오 전 총서기 탄생 100주년을 맞아 최종적으로 안장을 허가했지만, 안장식이 진행되는 동안 사복 경찰을 묘지 주변에 배치해 일반 조문객의 참여를 막았다.
자오 전 총리의 딸 왕옌난(王雁南·본명 자오옌난)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부모님을 편히 모실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이지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안장에 대해 당국과 논의를 해야 했다는 것이 유감스럽기도 한다”고 말했다.
왕 씨는 이날 안장식을 가족끼리 치른 것에 대해 “모두에게 알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자신들에게 많은 선택권이 없음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이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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