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서 당국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 대한 감사 운동을 전개하려다가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현지시간) 장강일보(長江日報)에 따르면, 왕중린(王忠林) 우한시 공산당 서기는 전날 우한 방역지휘본부 회의에서 우한폐렴 사태 진정 국면과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당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 운동을 전개할 것을 지시했다.
왕 서기는 우한폐렴 대응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이 같이 요구하고 “당의 말을 듣고, 당과 함께 가면 강대한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며, 이번 운동을 위해 시민들에게 대대적인 감사 교육을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우한 시민들과 기타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을 초래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우한폐렴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한 상황에서 당국이 그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기는커녕 오히려 ‘감사’를 요구한 데 대해 폭발적인 분노를 쏟아냈다.
전 후베이성 작가협회장인 팡팡(方方)은 우한이 봉쇄된 지난 1월 23일 이후 작성한 자신의 일기를 블로그에 공개했다.
팡 씨는 이 일기에서 우한이 봉쇄된 후 현지 상황과 현지 피해 규모에 대한 당국의 정보 은폐 등에 대해 밝혔다.
그는 자신의 중학생 시절 친구가 감염으로 사망한 날, 그는 “악인 일당을 엄벌하지 않으면 시민의 분노를 진정시킬 수는 없다”며 분개하기도 했다.
팡 씨는 또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정부가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이번 사태의 진정한 주역인 우한의 수백만 시민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 매체 ‘남방주말(南方週末)’은 6일 칼럼에서 “당국이 시민들을 조금이라도 존중한다면 이번 사태(우한폐렴)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그들에게 감사를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우한 시민은 아직도 바이러스 공포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국의 진심어린 사과이지 감사 교육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우한시 당국은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왕 서기의 발언을 보도한 언론 기사 등을 재빨리 온라인에서 삭제하고 민심 수습에 나섰다.
왕 서기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코로나19 대응 현장의 여성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등을 방문해 “우한은 영웅의 도시이며, 우한 시민이야말로 영웅”이라며 “전력을 다해 코로나19 대응에 나선 우한 시민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10일 오전 항공편으로 우한에 도착해 후베이와 우한의 코로나19 방역 업무를 시찰하고, 일선에서 분투하는 의료진을 비롯해 군인, 주민센터 근무자, 경찰, 자원봉사자와 환자, 지역 주민 등을 위문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중국 내 우한폐렴 확산이 진정세를 보이면서 4월 말쯤이면 끝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이뤄져, 우한폐렴 종식 선언을 위한 밑작업으로 보인다.
김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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