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이 75일 만에 침묵을 깨고 또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을 감행했다.

29일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3시 17분경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해당 미사일의 고도는 약 4500㎞, 예상 비행거리는 약 960㎞이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도 이와 관련해 “29일 오전 3시 18분경 북한 서부지역에서 1발의 미사일이 동해로 발사돼, 4000㎞를 크게 넘는 고도에 이르렀으며, 1000여㎞를 비행한 후 오전 4시 11분께 아오모리(青森)현 서안에서 약 250㎞ 떨어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내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 9월15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이후 75일 만이다.

이번 도발에 대해 한국과 미국 정상은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대해 논의했다.

미 현지 언론은 백악관을 인용해 “양국 정상은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가 미국과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는 점, 이번 도발이 북한의 안보를 악화시키고 그들의 외교적, 경제적 고립을 심화할 뿐이라는 점을 각각 강조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도발과 관련해 “우리가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우리가 다뤄야 할 상황”이라며,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NATO)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성명을 통해 “북한은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예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북한의 추가적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강력히 규탄하고,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추가로 위반한 것으로 지역과 국제 안보를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발사각도와 고도, 비행시간을 고려할 때 최대 사거리가 1만3천 킬로미터로 추정돼 수도 워싱턴DC를 포함한 미국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갔다는 민간 과학자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비영리 과학자단체 참여과학자연합(UCS) 소속 물리학자인 데이빗 라이트는 28일(현지시간) UCS 홈페이지에 게재한 ‘북한이 역대 최장의 미사일을 실험했다’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최대 사거리는 1만3천㎞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라이트 박사는 미사일이 고각 발사돼 발사지점에서 960㎞ 떨어진 동해상에 낙하했고, 최대 도달고도가 4500㎞인 점, 또 미사일의 비행시간이 54분에 달한 점 등을 이유로 이 같이 주장했다.

앞서 북한이 지난 7월에 두 차례 발사한 ICBM 화성-14형은 고각발사 비행시간이 각각 37분과 47분을 기록했다. 라이트 박사는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기존보다 비행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이날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북한이 기존에 발사한 그 어떤 것보다 높이 올라갔다"고 언급해 라이트 박사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사거리 1만3천킬로미터의 ICBM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를 비롯해 미국 전역을 사정권으로 둘 수 있다.

라이트 박사는 “그러나 탄두 중량이 얼마인지가 확인되지 않아, 실제로 무게가 상당히 나가는 핵탄두를 탑재한 상태에서도 미사일이 지금과 같은 사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의 이번 도발에 관련해 우리나라, 일본과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안보리 회의는 29일(현지시간) 소집될 예정이며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 성명 또는 언론 성명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곽제연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