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외국인등록증과 건설 관련 자격증을 위조해 불법체류 외국인의 국내 취업에 활용한 일당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국가의 안전을 지탱해야 할 기술 자격증 체계가 범죄 도구로 전락하면서 한국의 건설 현장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 달 23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외국인 등록증과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 국가기술자격증 등을 위조·판매하거나 이를 의뢰해 사용한 혐의(공문서·사문서위조 및 행사)로 총 7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국내 모집·유통책 2명은 구속됐다. 범행을 주도한 베트남·중국 국적의 해외 총책은 현재 추적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취업 가능', '자격증 발급' 등의 문구로 외국인들을 상대로 위조 신분증 제작을 광고했다. 총책은 베트남과 중국 등지에서 외국인 등록증과 각종 건설 관련 자격증을 제작한 뒤 국제택배를 이용해 국내로 밀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조 대금은 건당 7만원에서 15만원 수준으로, 국내 자금세탁책 명의의 계좌로 입금받은 뒤 환치기나 해외 송금 방식으로 해외 총책에게 전달됐다. 위조된 문서는 휴대전화 케이스나 택배 포장물 사이에 숨겨 국제택배로 발송됐으며, 의뢰자들이 문서를 찾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은닉 위치를 설명하는 영상까지 함께 전달됐다.
일당이 발급한 가짜 기술 자격증은 거푸집·철근·온돌·건설기계 조종 등 다양했다. 경찰은 위조된 외국인 등록증이나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사용해 서울, 인천, 충북 제천 등지의 건설 현장과 일부 유흥업소에 취업한 외국인 16명을 포함해 위조 신분증을 행사한 의뢰자 7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에 적발된 외국인 중 다수는 중국인으로, 전체의 약 70%(52명)를 차지했다. 이 외에 네팔·필리핀·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자가 포함됐으며, 이들 중 5명은 불법체류자로 파악됐다. 경찰은 “건설 관련 자격증 위조가 실제 취업까지 이어지면 후진국형 산업재해·부실시공·건축물 하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했다.
■ ‘안전교육 이수증’도 위조
이들은 전문 자격증뿐만 아니라 현장 출입에 필수인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까지 위조해 건설사의 인사 관리 시스템도 속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대전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건설 현장 취업용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위조해 불법체류자 등에게 판매한 건설 현장 팀장 등 일당 3명과 이를 의뢰·구매한 64명을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2월 5일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2021년 9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불법 체류자나 취업 자격이 없는 외국인에게 위조된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7만~10만원을 받고 판매했다. 이들은 건설 현장에서 안전교육이수증을 실물 확인 절차 없이 사진만 제시하는 허술한 점을 노렸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모든 건설 현장 근로자는 지정교육기관에서 4시간 이상의 건설업안전보건교육을 받고 이수증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가짜 신분증과 전문 자격증을 손에 쥔 무자격 외국인들이 전국의 건설 현장을 누비면서 건설 안전에 대한 불안은 계속 커지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같은 단순 문서 위조 범행이 산업재해와 건축물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불법체류 외국인이 위조 신분증과 안전교육 이수증을 이용해 건설 현장에 취업할 경우 산업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건설 관련 국가기술자격증 위조는 부실시공이나 건축물 하자 발생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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