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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범죄인 인도법’... 대규모 반발 시위에 잠시 연기

한지연 기자  |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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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AP/NEWSIS]


[SOH] 홍콩 의회 격인 입법회가 국내외 반발에 밀려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안(개정안)에 대한 2차 심의를 연기했다.


1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입법회는 이날 개정안 2차 심의를 강행할 예정이었지만 추후 통보가 있을 때까지 미루기로 했다.


홍콩 정부신문처도 이날 홈페이지에 앤드루 렁 입법회 의장이 이날 오전 11시 예정이었던 심사 일정을 연기하고 추후 변경 시간을 의원들에게 통보할 방침이라고 공지했다.


렁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홍콩 안보 당국이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요청한 데 대해, 향후 개정안과 관련해 61시간의 심의 시간만 부과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입법회는 통상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두차례 열리지만 렁 의장은 이번주 금요일과 다음주 월요일, 화요일에도 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아울러 할당한 시간이 끝나는 오는 20일 곧바로 표결이 이뤄질 수 있고, 의원들이 혼란을 일으키면 할당한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고도 경고했다. 


시위대는 이날 오전부터 개정안 심사를 저지하기 위해 홍콩 입법부와 정부 청사가 위치한 지역으로 진입하는 외곽 도로에 바리케이트를 쌓았다. 시위대는 전날 늦은 밤부터 입법회 주변을 둘러싸고 밤샘 시위도 벌였다.


이에 홍콩 당국은 주요 도로를 봉쇄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시위대에게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CMP는 홍콩 경찰이 '해산하지 않으면 발사한다'는 경고문도 내걸었다고 전해 자칫 유혈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디언은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소총으로 무장한 채 물대포와 최루탄을 발사했고 시위대는 우산으로 이를 막았다고 전했다.


홍콩 당국의 경고에도 시위대 규모는 계속 증가해 수만 명에 달한다고 SCMP 등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도로를 점거한 인파가 해산하면 정부가 심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시위대가 시내 곳곳에 천막을 치고 보급소를 설치하는 등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시위에는 교사와 대학생, 고등학생, 사회복지사, 예술가, 기업가 등 남녀노소를 망라한 각계각층이 참여했다. 홍콩중문대학 등 7개 대학 학생회는 동맹휴업에 나섰고, 홍콩내 화랑과 예술학교, 기업과 점포 다수도 이날 하루 영업을 중단하고 시위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민주파 의원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이들은 렁 의장을 향해 개정안을 철회하거나 최소한 연기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민주파 의원 클라우디아 모는 개정안 심사가 연기된 후 "홍콩 시민의 힘을 과소평가했다"고 자축했다. 


하지만 친중파 입법회 의원들이 입법회 청사로 진입하기 위해 경찰에 협조했다는 SCMP 보도가 나오는 등 개정안 심사가 강행될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 일각에서도 당국이 개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시위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SCMP는 전했다. 개정안 철회를 요청하는 온라인 청원문을 올렸던 교사 노조는 전국적인 보이콧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당국은 시위대에 해산을 요구하면서 캐리 람 행정장관 등이 살해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홍콩 행정부와 사법부가 법적 감독 없이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게 된다.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됐지만 중국과 영국의 합의에 따라 2047년까지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정치, 입법, 사법체제의 독립성을 보장 받고 있다.


홍콩은 영국, 미국 등 20개국과 인도 조약을 체결했지만 중국과는 반환 후 20년이 지나도록 맺지 않고 있다. 중국 사법제도의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는 물론 중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홍콩내 반중인사 또는 인권운동가를 중국으로 송환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야권과 시민사회에서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한 남성이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홍콩으로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홍콩 당국은 이를 명분 삼아 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남성을 대만에 인도하려면 다음달말까지는 법 개정이 완료돼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홍콩 시민사회는 형사범은 물론 정치범의 중국 인도가 현실화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일국양제가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법 개정 반대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103만명이 참여했다. 이는 홍콩 전체 인구 744만명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로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최대 규모다.


한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만 정부는 국가 주권을 소멸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움직임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 개정에 근거한 어떤 이관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홍콩 정부가 법 개정의 명분으로 삼은 범죄 용의자 인도를 거부하고 나선 셈이다. / NEWSIS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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