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현대과학에서 물은 수소원자 두 개와 산소원자 한 개가 결합된 H2O를 가리킵니다. 그러나 명(明)나라 때 명의(名醫) 이시진(李時珍)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물을 천수(天水 하늘에서 내리는 물) 13종류와 지수(地水 땅에서 유래한 물) 30종류로 상세히 분류했습니다.
전통 중의학에는 ‘어린아이가 밤에 울면 우물물로 금을 끓여 치료한다. 음양수(陰陽水)는 반은 건조하고 반은 습한 물이라 곽란(霍亂)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본초강목에서 처음 이와 비슷한 내용을 보았을 때 나는 우스갯소리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파룬따파(法輪大法 파룬궁) 수련을 시작한 후, 오랜 시간 굳어진 사상의 틀이 깨졌고, 식견이 갈수록 넓고 깊어졌습니다. 지금부터 본초강목에 수록된 물의 일부와 그 성질, 치료원리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시간에 따른 분류입니다.
첫째, 입춘에 내린 빗물, 입춘우수(立春雨水)입니다.
입춘우수에는 승발(升發), 즉 올라가려는 봄기운이 있습니다. 그래서 입춘에 내린 빗물을 끓여 먹으면 ‘중기(中氣)가 부족하고 청기(淸氣)가 올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옛날 처방 중에 불임부부가 이 물을 한 잔씩 마시고 자면 아이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즉, 봄의 기운이 담긴 이 물에는 만물을 자생(資生)하고 자라나게 하는 의미가 담겨 있죠.
다음으로, 매화 열매가 익을 때 내린 빗물, 매우수(梅雨水)입니다.
매우(梅雨)란 음력 5월 망종(芒種)과 소서(小暑) 사이에 내리는 빗물을 가리킵니다. 중국에서는 이 시기에 매화 열매가 익기 때문에 매우라 한 것이죠. 이시진은 이 물로 부스럼과 옴(瘡疥)을 씻으면 흉터를 없앨 수 있고, 또 이 물로 장을 담그면 장이 잘 익는다고 했습니다.
셋째, 액우수(液雨水) 입니다.
액우수란 입동(立冬 보통 11월 7일) 후 열흘부터 소설(小雪 보통 11월 23일)사이에 내린 빗물을 말합니다. 액우(液雨) 또는 약우(藥雨)라고도 하지요. 각종 벌레들이 이 물을 먹고 동면에 들어가, 봄이 되어 우레가 울릴 때 비로소 깨어납니다. 그래서 이 물에는 각종 벌레를 죽이는 효능이 있습니다. 현대 화학의 지식으로 보면 빗물은 수증기가 증발해 공중에 올라가 찬 기운을 만나 응결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고대 중국인은 이와 전혀 다른 혜안(慧眼)이 있었으며 경험을 통해 각기 다른 시기에 내린 빗물에는 각기 다른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음 공간에 따른 분류입니다.
먼저, 반천하(半天河)가 있습니다.
반천하는 상지수(上池水)라고도 하는데 주로 대나무 울타리 꼭대기나 높은 나무의 구멍 속에 있는 빗물을 가리킵니다. 상지수는 귀신들린 병, 미친 병, 악기(惡氣) 등을 치료합니다. ‘전국책(戰國策)’에는 명의 편작(扁鵲)이 상지수를 마신 후 사람의 오장육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투시능력이 생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둘째, 오래된 무덤의 물인 고총수(古塚水)입니다.
오래된 무덤의 물에는 독(毒)이 있어 사람이 죽을 수 있습니다. 중의학에서는 고총수의 이런 성질을 이용해 치료에 응용하는데 당나라 명의 진장기(陳藏器)는 이 물로 부스럼을 씻으면 잘 낫는다고 했습니다.
셋째, 수레바퀴나 소 발굽의 물입니다.
이 물은 움직임이 좋아 문둥병이나 악성종기 등 고질적인 질병에 효능이 좋습니다. 5월 5일에 채취한 물로 씻으면 더욱 좋습니다.
다음으로 제작방법에 따라 분류되기도 합니다.
먼저, 음양수(陰陽水)입니다.
음양수는 생숙수(生熟水)라고도 하는데 새로 길어온 우물물과 맹물을 오래 끓인 백비탕(百沸湯)에 절반씩 섞어 만듭니다. 이 물은 구토하고 설사하는 곽란(霍亂)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이시진은 음양수의 효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삼초(三焦)가 잘 통하고 음양이 조화로우면 기가 오르고 내리는 것이 순조로우며 오장육부도 건강하다. 하지만 일단 길을 잃게 되면 음기와 양기가 서로 뒤섞여 원래 내려가야 할 음기가 내려가지 않고 원래 올라가야 할 양기가 올라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곽란이나 구토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럴 때 음양수를 마시면 뒤섞인 음양을 갈라 각기 자기 길로 가게 하므로 평온을 되찾을 수 있다.’
둘째, 많이 휘저어서 거품이 인 물 감란수(甘瀾水)입니다.
방제학(方劑學)의 비조(鼻祖)로 알려진 장중경(張仲景 150-219)의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 복령계지감초대조탕 조문에는 감란수를 사용해 분돈(奔豚 장의 경련으로 아랫배가 쥐어짜듯이 아프고 심하면 위로 치받는 병)을 치료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감란수를 만드는 방법은 물 세 말을 큰 동이에 넣고 자루를 이용해 수천 번을 휘젓습니다. 오랫동안 저으면 물 위에 거품 같은 물방울이 5,000~6,000 개 정도 생기는데 이것을 약으로 사용하죠. 물을 오래 휘저은 감란수는 물의 성질이 부드럽게 변해 신(腎)을 해치지 않습니다. 중의학에서는 분돈의 원인을 ‘신기(腎氣)가 심(心)을 침범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신을 다스려야 하는데 물의 성질이 거칠면 혹 신을 해칠까 우려해 감란수를 사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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