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후나이원(胡乃文 중의사)
[SOH] 중의학에서는 병의 증상을 일으킨 근본원인을 탐구하기 때문에 심리치료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중의학 역사에서 금원(金元)시기는 아주 특별합니다. 이 시기에 잇달아 네 명의 유명한 의사가 등장해 본격적인 학파를 형성하는데 후세에 끼친 영향이 워낙 커서 이들을 흔히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라고 부릅니다. 장자화(張子和)는 바로 이 금원사대가의 한 명으로, 심리치료에도 아주 뛰어났습니다.
한 여인이 여행 중 강도를 만나 물건을 빼앗긴 후 정신적인 장애가 생겼습니다. 항상 두려워하며 또 무엇을 빼앗기거나 혹은 의외의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두려워했습니다. 그녀는 자그마한 소리에도 몹시 무서워했는데 1년이 넘도록 여러 의사들의 치료를 받았으나 효과가 없었습니다.
장자화는 이 여인의 병을 자세하고 끈기있게 진찰한 후 이 병은 담기(膽氣)가 손상되어 발생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중국 고대에는 겁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담(膽)이 작다’거나 ‘담기(膽氣)가 상했다’는 표현을 하는데 바로 담이 작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마땅히 심리치료법을 써야 합니다.
장자화는 환자를 의자에 앉힌 후 다른 사람을 시켜 그녀를 꽉 붙잡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탁자를 세게 쳐 ‘꽝’ 하는 소리가 나도록 했습니다. 환자가 이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장자화는 이때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 그저 탁자를 때려 좀 소리가 났을 뿐이니 두려워할 것 없습니다”라고 조용하게 말했습니다.
잠시 후 그녀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그저 탁자가 내는 소리에 불과할 뿐이야.’ 이렇게 생각하는데 장자화가 또다시 탁자를 쳤습니다. 그녀는 또 생각했습니다. ‘그저 탁자 소리일 뿐이니 뭐 두려울 게 있는가?’ 그리고는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장자화는 그 후에도 같은 동작을 여러 차례 반복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더 이상 탁자 치는 소리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때 갑자기 창밖에서 창문을 날카롭게 긁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환자는 또 두려워했습니다. ‘이것은 또 다른 소리가 아닌가!’ 그러면서 누군가 창밖에서 뛰어 들어와 자신의 물건을 약탈해갈까 두려워했습니다. 장자화는 “그저 창밖에서 나는 소리에 불과할 뿐인데 무엇이 두렵습니까?” 라고 말하면서 조금씩 적응시키자 환자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환자가 웃으면서 물었습니다. “이것이 무슨 치료법입니까? 정말 괴상하군요!”
장자화가 대답했습니다. “내경에는 ‘놀란 사람을 편안히 하는(驚者平之)’ 치료법이 기록되어 있는데 바로 사람이 두려워할 때 두려워하는 이 일을 평상적인 일처럼 대하게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무슨 일이든 모두 평상적인 작은 일로 여긴다면 곧 두렵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경자평지(驚者平之)’의 방법으로 이 병을 치료한 것입니다.”
그 후 이 환자는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장자화는 또 그녀가 집에 돌아간 후 여전히 두려워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그녀가 귀가한 후에도 여러 차례 사람을 보내 그녀의 문을 두드리게 했습니다. 그녀는 처음에는 여전히 두려워했으나 몇 번 같은 일을 겪은 후에는 일상적인 일로 생각해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장자화는 이처럼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남들이 고치지 못한 불안공포증을 고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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