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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선자(花仙子)가 속세에 내려오다

편집부  |  201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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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예도', 옛날 사람이 사는 이 땅의 초목은 잎만 무성할 뿐 꽃을 피우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시절 어느 큰 산 아래 왕(王)씨 성을 가진 형제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형제는 매일 사냥이나 나무를 하러 산으로 갔습니다.


황혼이 야울야울 타들어 가는 장작불처럼 서편 하늘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던 어느 여름날 저녁, 나뭇짐을 지고 오던 형제는 산 아래에서 죽어가는 두 처녀를 발견했습니다.


형제는 나뭇짐을 산모퉁이에 내려놓고 처녀들을 업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노모는 바쁘게 생강차를 끓이고 몸을 보하는 음식을 만들어 정신을 잃은 두 처녀가 깨어나기를 기다려 그들에게 먹였습니다. 노모가 지극한 정성으로 처녀들을 보살핀 덕에 며칠 만에 그녀들은 기력을 회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그녀들은 먼 길을 나선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건강해 졌는데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부인은 궁금하여 이것저것 물어보았으나 그녀들은 빙그레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부인은 그녀들이 어디서 왔으며, 왜 그곳에 쓰러져 있었는지 궁금했으나 더는 묻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녀들의 옷차림이나 몸가짐으로 보아 양갓집 규수일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딸이 없던 집안에 두 처녀가 들어와 살면서 적막하기만 하던 집안이 형제가 돌아오는 저녁이면 온화하고 화목한 분위기 속에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갔습니다. 형제는 새벽같이 산으로 가 전보다 배나 되는 양의 사냥과 나무를 해오면서도 전에 없이 힘이 넘치고 생기 가득했습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소슬바람을 타고 향기로운 내음이 풍겨오더니 저절로 방문이 열리면서 아름다운 선녀의 모습을 한 여인이 들어왔습니다. 두 처녀는 그녀를 보자 “어머니!”라고 부르며 방바닥에 엎드려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여인은 그녀들을 노기 띤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여인은 천궁의 장미선자(薔薇仙子)였습니다. 어느 날 그녀가 왕모낭랑의 반도회(蟠桃會)에서 돌아왔을 때 두 딸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하늘나라 곳곳을 딸들을 찾아 헤매었으나 찾을 수 없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구름 아래 속세를 둘러보던 중 왕가 집에 있는 두 딸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즉시 구름을 타고 속세로 내려오며 장미선자는 딸들을 데려간 인간에게 엄한 벌을 내리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 집에 도착해 보니 노부인은 부드럽게 딸의 긴 머리를 빗질해 주고 있었고 형제는 그 옆에서 정성스럽게 딸에게 차를 따라주고 있었습니다.


장미선자는 화목한 집안분위기에 동화되어 화가 풀리지는 않았으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원래 두 처녀는 장미선자의 딸로서 첫째는 월계(月季), 둘째는 매괴(玫瑰)로서 이들 모녀는 하늘나라의 꽃의 신이었습니다. 그날 모친인 장미선자가 외출하여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이들 자매는 몰래 천문(天門)을 빠져나와 유람하던 중 속세로 통하는 절벽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자매가 그곳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니 초봄의 인간세상의 집에서는 모락모락 연기가 감돌고 밭에서는 파종하는 사람들의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힘차게 나무를 패는 청년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런 것들은 순정하기만 한 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자매는 호기심을 발동되어 아래로 내려가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구름을 타는 대신 치마를 펼쳐 인간세계로 날아오다 떨어져 형제를 만났던 것입니다.
 

장미선자는 딸의 이야기를 듣고 월계, 매괴를 왕씨 집안에 대한 은정의 보답으로 남겨놓기로 했습니다. 그 후 두 딸과 형제는 결혼했으며 장미선자도 그곳에 남아 여인들에게 베를 짜서 옷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향리 사람들의 가난한 살림을 윤택하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언제나 자신보다는 상대를 먼저 배려해 주는 선을 베풀어 온 백성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한편 천궁의 옥황상제는 어느 날 장미선자와 그의 두 딸이 사사로이 인간계로 내려가 백성이 됐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상제는 득돌같이 천병천장(天兵天將)에게  인간계로 내려가 장미선자와 딸들을 잡아오라고 명령했습니다. 이날은 마침 부인은 밭에 나가고 형제는 여느 날처럼 산으로 사냥하러 가서 집안에는 장미선자와 딸들만이 있었습니다.


하늘에서 둥둥거리는 북소리가 들려오자 장미선자는 천병천장이 자기들을 붙잡으러 온 것을 알고는 몸소 문 앞에서 기다려 정중하게 그들을 맞이하고는 말했습니다. 


“인간 세상이 너무나 황량하여 우리는 장기간 이곳에 머물며 조금이나마 하늘의 아름다움을 이곳에 심어줄까 합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지금 하늘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천병대장은 장미선자의 금강 같은 결심을 보고는 천화(天火)를 놓아 장미선자와 딸들을 불바다에서 장례를 지내라고 명령했습니다. 큰불이 나자 형제와 마을의 모든 사람이 달려와서 한몸이 되어 불을 껐습니다. 불은 곧 꺼졌으나 장미선자와 딸들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후 계절이 바뀌자 왕씨가의 문 앞에 자매와 같은 모습의 예쁜 꽃이 두 종류 피어났습니다. 그리고 동네의 돌담과 구릉 등에 문 앞과는 다른 꽃이 피어나는가 싶더니 마술처럼 순식간에 온 동네에 빽빽하게 피어나 화려한 경치를 이루었습니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꽃향기는 온 동네로 퍼져 나갔습니다.


사람들은 이 꽃들은 장미선자와 딸들의 영혼이 화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문 앞의 두 종류의 꽃을 월계화, 매괴화(해당화)라고 불렀으며 문밖의 꽃을 장미꽃이라고 불렀습니다.


각색 /황명옥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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