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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으로 운명이 바뀐 선비(上)

편집부  |  201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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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우진(宇真)

 

[SOH] 중국 명나라 때 가난한 한 선비는 친구 왕생의 경제적 도움으로 함께 향시(鄕試)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가는 도중 금릉(金陵)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된 그들은 승은사(承恩寺)에 관상만 보고도 그 사람의 길흉화복을 정확하게 맞춘다는 역술가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함께 투숙하게 된 여섯 명의 동료와 역술가를 찾아갔습니다. 


그는 소문대로 같이 간 일행을 둘러보며 누가 어떤 자리에서 무엇을 하는지, 누구의 부모가 생존해 있는지, 등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맞추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선비의 차례가 되자 역술가는 선비의 얼굴을 꼼꼼히 살피고는 이내 얼굴이 굳어지며 고개만 갸우뚱거릴 뿐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습니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있는가본데, 그래도 말을 해주세요.”
 

왕생이 침묵을 깨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아니면 객사하게 될 운명이오.… 내가 본대로라면 당신의 얼굴엔 죽음의 그림자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가깝게 와 있습니다. 길어야 앞으로 6일이오. 그러니 객사해 가족에게 한을 남기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오.”


“다른 무슨 비방 같은 거라도 써서 살 방법은 없을까요?”


왕생이 격앙되어 말했습니다.


“하늘이 정한 사람의 명을 인간인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소. 다만 하늘을 움직일 큰 음덕을 쌓으면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지만, 저승사자가 이미 문 앞까지 와 있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숙소로 돌아온 선비는 왕생에게 말했습니다.


“실은 어린 시절부터 단명한다는 이야길 들었었네. 설마 했는데, 이젠 받아들이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네.”


왕생은 그를 위해 돌아갈 배를 빌리고 노자 외에 “혹여 급하게 돈 쓸 일이 생길지 모르니 넣어두게”라며 은자 열 냥을 더 주었습니다.


“이건 나의 장례비로 감사히 쓰겠네. 내, 만약 죽어서도 이승의 기억이 있다면, 반드시 염라대왕께 오늘 이야기를 하고 자네가 급제하게 해 달라고 성심성의껏 부탁하겠네!”


선비는 그렇게 왕생과 작별하고 고향으로 가는 배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배는 얼마 가지 못해 폭풍을 만나 작은 어촌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나흘이 지나갔으나 비바람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습니다. 선비는 어쩌면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착잡한 심경으로 나루터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때 먼발치에서 한 여인이 아이를 업고 양쪽으로 두 아이를 걸리고는 급한 걸음으로 선비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인이 가까워질수록 바람결을 타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멈췄다 하였습니다.


선비는 급하게 뭍으로 갈 일이 있는가 싶어, 여인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부인, 어디를 가시려고 하는지요? 오늘은 바람이 불어 배를 띄울 수 없다고 하던데요.”


“저는 배를 타려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도저히 살아갈 방법이 없어서…”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제가 도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말씀해 보시지요.”


그러자 여인은 울면서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습니다.


“저는 집이 가난해 아버지는 어린 저를 돈을 받고 백정에게 시집보냈어요. 그런데 남편은 성격이 난폭해 늘 때리고 욕하여 몸이 성한 곳이 없습니다. 남편은 오늘 돼지 두 마리를 은자 열 냥에 팔아오라고 했어요. 오늘같이 비바람이 치는 날 장터 어디에 사람이 있겠어요. 그러나 저는 남편이 무서워 돼지 두 마리를 끌고 나오는데 마침 동네 어귀에서 만난 젊은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 은자 열 냥을 주고 돼지를 사갔지요. 저는 그 돈을 가지고 남편이 사오라고 한 술과 안줏거리를 사러 상점에 갔는데, 그곳 주인이 은자를 보더니 가짜라는 거예요. 몇 군데 더 가서 물어보았지만 모두 가짜라고 하더군요. 남편이 이 사실을 알면 저를 때려죽이려고 할 거예요. 그래도 아이들이 걱정돼 집으로 돌아가 보니 마침 남편은 나가고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도 포악한 아비 밑에서 욕을 당하며 사느니 같이 죽으려고 바닷가로 나왔답니다.”


여인의 딱한 사정을 듣고 측은한 마음이 들은 서생은 여인에게 말했습니다.


“가짜라는 은자를 제가 좀 볼 수 있을까요?”


여인이 은자를 내밀자 선비는 얼른 자신의 은자와 바꿔치기한 후 말했습니다.


“정말 까딱하면 큰 잘못을 저지를 뻔했습니다. 이건 제가 보기에 진짜 은자예요. 못 믿겠으면 저와 함께 근처 상점에 가서 물어보시지요.”


“선비님이 저를 위로하려는 마음은 잘 알겠어요. 그러나 이미 몇 군데 점포에 가서 다 알아보았어요.”
 

여인은 힘없이 체념 어린 투로 말했습니다.


“날씨가 이런 날은 상점 주인들도 잘못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마침 바람도 그쳐 은자를 또렷하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속는 셈치고 다시 한 번만 시험 삼아 가서 물어봅시다. 죽는 건 그 다음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선비를 따라 상점으로 가서 알아보니 진짜 은자였습니다.


“운 좋게 선비님을 만나 살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금쪽같은 내 자식들을 다 죽일 뻔 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여인은 선비에게 몇 번이고 허리 굽혀 인사하고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습니다.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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