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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수하의 요괴, 당승을 채가다-74화

편집부  |  201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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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겹겹이 넘실거리는 강물 까마귀 떼가 퍼덕이는 듯
소용돌이쳐 먹물을 풀어 놓은 듯싶구나.
물속엔 사람 그림자 하나 비치지 않고
사방을 둘러봐도 나무 같은 건 찾을 수가 없네.
세차게 흘러내리는 천리물길이 잿빛이구나.
짐승도 물 마시길 주저하며 새들도 날아 넘길 망설이네.



 일행이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걸음을 옮기는데, 그들의 눈앞에 한줄기의 검은 강물이 허공으로 솟구치며 도도하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삼장 : “오공아, 이 강물이 어찌 이리도 까맣더냐?”
팔계 : “그러겝쇼. 누군가 남빛 물감이 든 항아리를 쏟은 것 같군요.”
오정 : “아니면 누군가 이 강물에 붓과 벼루를 씻은 모양이구먼.”
오공 : “얘들아, 그런 소린 그만하고 스승님을 무사히 건네 드릴 궁리들이나 좀 해라.”
팔계 : “형, 이 강을 나더러 혼자 건너라면 아무 문제도 아냐. 구름을 타고 건너든 헤엄을 쳐 건너든 한시경이면 충분하다고.”
오정 : “물론 나도 구름을 타고 눈 깜짝할 사이에 건널 수 있지.”
오공 : “우리에게야 어렵지 않지만 스승님이 건너시긴 어려운 일이 아니더냐?”
삼장 : “그런데 이 강 너비가 얼마나 됨직하냐?”
팔계 : “아마도 10여라는 족히 될 겝니다.”
삼장 : “그렇담 말이다. 셋이 의논해 누구든 날 업고 건너면 안 되겠느냐?”
오공 : “팔계가 업어드릴 수 있을 겁니다.”
팔계 : “그건 안 돼. 스승님을 업고 구름을 타자면 땅에서 석 자도 솟아오르지 못하고 물에 빠지고 말걸? 보통사람을 업기가 산을 업기보다 더 무겁다는 말이 있잖아?”

 사제들이 이렇게 한창 의논을 하고 있는데 상류 쪽으로부터 웬 사람이 작은 배를 저어오고 있었습니다.
삼장 : “(반색하며)제자들아, 저기 배가 오는구나. 저 사람더러 우릴 건네 달라 하면 될 듯싶구나!”

오공 : “이보시오, 뱃사공! 우릴 좀 건네주구려.”
요괴 : “이건 나룻배가 아니라 사람을 건네 줄 수 없소이다.”
오공 : “서로 편의를 봐주는 게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소? 우린 동녘 땅 당나라 천자님의 심부름으로 경을 가지러 가는 불제자들이니 수고 좀 해 주구려. 그 공은 강을 건넌 다음 톡톡히 갚을 테니.”
요괴 : “스님들, 이 배는 너무 작아 여러분을 한꺼번에 태울 수는 없습니다.”
그 배는 아름드리 통나무를 후벼 파 만든 것으로, 겨우 두 사람쯤 비집고 들어가 앉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오정 : “하는 수 없군. 나누어서 타고 건너도록 하지 뭐.”
팔계 : “오정아, 너 큰 형님과 함께 잠시 남아서 짐과 말을 지키고 있거라. 내 스승님을 모시고 건넌 뒤에 다시 와 건너가기로 하자 큰 형은 혼자 뛰어 건너도 될 테니 말이다.”
오공 : “그래 네 말이 옳다.”
팔계는 삼장을 부축해 배에 올라타고, 사공이 삿대를 쥐고 언덕을 떠밀자 배는 강심을 향해 미끄러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강 복판에 이르렀을 때 별안간 요란한 폭음이 일어나고 산 같은 파도가 일어 번지며 하늘과 해를 가려버리고, 배가 뒤집히는 통에 물속에 잠긴 삼장과 팔계는 그만 요괴의 손에 붙잡혀 어디론가 끌려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오정 : “형! 배가 사라졌어, 혹시라도 뒤집힌 거 아니야? 우리 하류로 내려가 보자구.”
오공 : “뒤집혔다면 물에 익숙한 팔계가 스승님을 업고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 내 어째 그 사공이 좀 이상하다 싶더니만. 틀림없이 그 놈이 바람을 일으켜 물밑으로 스승님을 잡아들인 것 같구나.”
오정 :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형은 여기에서 기다리시구려. 내 물 속에 들어가 찾아보고 올 테니.”

오정은 편삼을 벗고 팔다리를 가뜬하게 차린 다음 보장을 휘두르며 물속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한참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자 별안간 사람 말소리가 들려와 몸을 숨기고 살펴보니, 한 채의 정자 문 위에 ‘형양욕 흑수하 신부’란 글자가 큼직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때마침 요괴가 상좌에 올라 앉아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요괴 : “하하하. 지금껏 했던 내 고생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가보다. 이 당승의 고기를 먹게 되면 불로장생하게 되는 거라지. 얘들아, 어서 솥을 내다 걸고 두 중놈들을 통째로 찌도록 해라. 그리고 둘째 외삼촌을 청해 생신축하를 앞당겨 해드리도록 하자.”

그 말을 들은 오정은 치밀어 오르는 분을 누를 수 없어, 보장을 들어 문을 마구 두들겨 댔습니다.
오정 : “이 요괴 놈아! 냉큼 우리 스승님과 팔계형님을 내놓아라!”
요괴 : “아니 어떤 놈이 감히 내 집 문을 두드리고 있느냐?”
오정 :“이 무지막지한 요괴 놈아, 어찌 요사한 꾀로 우리 스승님을 채어갔느냐? 빨리 되돌려주라. 그럼 네놈의 목숨만은 살려주마.”
요괴 : “이 놈이 죽고 싶어 몸살이 났는가, 내 지금 가마에 쪄 손님대접을 할 생각인데 넌 이리와 승부나 겨뤄보자. 네가 날 이기면 네 스승을 돌려줄 테고 그렇지 않으면 너 또한 쪄 먹어버릴 테니 서천으로 갈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거라.”
오정은 벼락같이 화를 내며 보장을 들어 요괴의 정수리를 힘껏 내리쳤습니다. 그러자 요괴도 강철채찍을 들고 맞받아 나서며 혈투를 벌였습니다. 그야말로 막상막하, 흑수하의 요괴는 당승의 고기를 먹고 싶어 안달이 나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는 중이며, 오정은 영소보전 밖의 천궁에서 살았던 지난날의 신선으로서 불쌍한 당승의 목숨을 보호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오정과 요괴는 30합을 싸워도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습니다.
오정 : ‘내 힘으로는 이놈을 이겨낼 수가 없겠구나. 밖으로 유인해 사형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오정은 일부러 빈 구석을 보이다 슬쩍 보장을 끌고 뺑소니쳤습니다. 그러나 영리한 요괴는 뒤쫓아 올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요괴 : “싸우기 싫거든 돌아가거라. 난 네 따위 놈과 상대하고 있을 겨를이 없어. 난 가서 청첩이나 내야겠다.”
볼이 잔뜩 부어 물 밖으로 나온 오정은 오공에게 푸념을 하듯 자신이 듣고 싸움을 벌인 이야기까지 모두 전했습니다.
오정 : “생김새로 보아 큰 자라 같기도 했지만, 타룡이 아닐런지 모르겠어.”
오공 : “그럼 대체 그 놈의 외삼촌은 누구란 말이더냐?”
오공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래편 물속으로부터 웬 노인이 나와 꿇어 엎드렸습니다.
사공 : “대성님, 흑수하의 하신이 문안드립니다.”
오공 : “넌 아까 사공으로 둔갑했던 그 요괴 놈이 아니냐? 왜 이젠 나까지 속여 볼 셈이냐?”
사공 : “대성님. 전 요괴가 아니라 이 강의 진짜 신입니다. 그 요괴는 작년 5월 서양대해로부터 밀물을 타고 나타나 제 모든 것을 빼앗았고 전 그 억울함을 하소연하려했지만, 서해용왕이란 자가 저놈의 외삼촌인지라 도리어 저에게 이 신부를 양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 같은 늙은이, 미관말직처지에 어디 하소연할 수도 없고 다행히 대성님께서 이곳에 오셨다기에 일부러 찾아뵙는 바입니다만 대성님! 부디 저의 원수를 갚아주시기 바랍니다.”

오공은 요괴의 외삼촌이 서해용왕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그 즉시 근두운을 날려 서양대해로 가 용왕 오순을 만났습니다.
용왕 : “대성님, 안으로 들어가 차라도 한잔 드십시오.”
오공 : “난 아직 자네의 차를 마신 적이 없지만 자네는 벌써 내가 초대한 술을 마신 셈일세.”
용왕 : “대성님께서 불문에 귀의하신 뒤로 술과 고길 일절 끊고 계신데 저를 청해 술을 마시게 하셨겠습니까?”
오공 : “자네가 직접 가서 마시지 않았더라도 술을 마셨다는 죄명만은 면치 못할 걸세.”
오순은 그제야 오공의 말투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용왕 : “혹시 제가 무슨 죄라도 저질렀던가요?”

오공은 흑수하에서 만난 요괴가 스승과 팔계를 잡아간 일과 용왕을 초대해 잔치를 벌일 것이란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용왕 : “대성님, 아무쪼록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그 놈은 제 누이의 아홉째아들로 제가 이곳에 데려다 거두었다가 흑수하로 보내 마음을 기르고 수행을 하게 했는데 그리 고약한 일을 저지르는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제가 곧 사람을 보내 그놈을 잡아오도록 하겠나이다. 태자야, 넌 이 길로 정병 5백 명을 거느리고 가 타룡을 잡아오도록 하여라.”

오공은 그 길로 태자와 군사를 거느리고 흑수하로 돌아왔습니다.
오공 :“태자, 실수 없이 요괴를 잡아주게. 난 언덕에 올라가 있을 테니.”
태자는 군사들을 이끌고 흑수하에 도착해 요괴에게 기별을 알렸습니다.
졸개 : “서해용왕의 태자 마앙께서 오십니다.”
요괴 : “내 외삼촌을 모셔오라 하였는데 여태 소식이 없다가 엉뚱하게 외사촌형이 온 것일까?”
순찰병 ; “대왕님, 강에 웬 군사들이 나타나 수부 서쪽에 진을 치고 있는데 깃발엔 ‘서해저군마앙소수’라 쓰여 있습니다.”
요괴 : “외사촌형이 어찌 이리도 무례한 것일까? 외삼촌께서 대신 보내신 걸까? 그렇다해도 연회에 오는데 왜 군사들을 끌고 온 거지? 뭔가 느낌이 좋질 않구나.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내 갑옷과 투구를 미리 준비해 둬라.”

“형님, 동생 타룡이 여기 뵙기를 청하옵니다.”
금빛 투구를 머리에 쓰고 번쩍거리는 보석띠를 허리에 두르고 삼각철편을 손에 든 태자가 영문 밖으로 나왔습니다.
태자 : “넌 외삼촌을 무슨 일로 청한 것이더냐?”
요괴 : “제가 지금껏 외삼촌 덕에 살 수 있게 되었는데 아직 그 은혜를 갚지 못했었지요. 마침 당승을 손에 넣었고, 소문에 듣자하니 이 당승의 고기를 한 점만 먹어도 불로장생할 수 있다하여 외삼촌을 청해 생신을 미리 당겨 축하해 주려던 것이었지요.”
태자 : “이런 멍청한 놈 같으니라구. 넌 그 당승만 알고 무서운 제자에 대한 소문은 들어보지도 못한 것이더냐?”
요괴 : “아유 형님도, 그깟 제자 놈들 다 쓸 데 없더이다. 한 놈은 같이 잡혀 와있고, 또 한 놈은 어제 나와 싸우다 도망치고 말이지, 하하하”
태자 : “또 한명의 수제자 제천대성이 계시는데, 그것도 모른 채 일을 저지른 게냐? 어서 당승과 팔계를 강변에 내다 손대성에게 돌려주도록 하면 내 너의 목숨만은 보존할 수 있게 하마.”
요괴 : “무슨 말을 그리 하는 겐지, 그 놈이 뭐가 무섭다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친단 말이지?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내가 한 번 겨뤄볼 수도 있지. 아 됐고, 난 문 닫아걸고 연회를 즐길 테니까.”
태자 : “정말 무례하기 짝이 없구나. 손대성이 너랑 겨룰 필요도 없이 나랑 먼저 겨루어보자.”
태자와 타룡은 제각기 노기가 치솟아 영기를 흔들고 전고를 울렸습니다. 군기들이 휘날리고 창칼들이 번뜩이며 두 곳 용병들이 강에서 승부를 겨루는데, 거센 물결이 솟구치는 물속에서 마앙태자 용맹을 떨치니 마침내 타룡을 잡아 포승지고 철사로 어깨뼈를 꿰어 강기슭 오공 앞에 꿇렸습니다.

오공 : “네 외삼촌은 널 이곳에 보내 수행을 시키면서 네가 만일 공명을 이루게 되면 달리 써주려 하였다던데, 넌 어찌 이곳 수신의 집을 빼앗고 온갖 행패를 부렸단 말이더냐? 어디 이 철봉 맛을 한 대 볼 테냐? 이건 예사 철봉이 아닌지라 슬쩍 다치기만 해도 네 목숨은 끝장이니라. 그래 우리 스승님을 어디에 두었느냐?”
요괴 : “대성님, 제가 미처 대성님의 높으신 명성을 몰랐습니다요. 목숨만 살려주시면 그 감사함 무어라 말씀드리겠습니까요. 절 풀어주신다면 제가 수부로 돌아가 스승님을 돌려 드리겠습니다요.”
태자 : “대성님, 이놈은 여간 교활하고 못된 놈이 아닙니다. 허투루 놓아주셨다간 또 나쁜 마음을 먹을지도 모릅니다.”
오정 : “형 맞아. 내가 그곳을 아니 가서 스승님을 찾아볼게.”

오정은 하신과 함께 물속으로 뛰어들어 수부를 살폈습니다. 정자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삼장과 팔계가 묶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포승을 풀어 등에 업곤 물 밖 언덕으로 올라섰습니다. 팔계는 요괴가 그곳에 묶여 있는 것을 보고는 얼른 갈퀴를 집어 들고 요괴에게 덤벼들었습니다.
팔계 : “야 이 요괴 놈아! 이래도 나를 잡아먹을 테냐?”
오공 : “팔계야. 오 씨네 부자 얼굴을 봐서 목숨만은 살려주어라.”
태자 : “대성님! 전 이곳에 오래 머물 몸이 못됩니다. 스승님을 구해내셨으니 전 이놈을 아버님께 데려가겠습니다. 대성님께서 이놈 목숨을 살려주셨지만 아버님께선 가차 없이 처단해 대성님께 사죄할 것입니다.”
오공 : “그렇다면 저놈을 데려가도록 해라. 그리고 부군께 문안을 전해다오. 언제든 찾아가 감사를 드릴 테니까.”
태자는 타룡을 데리고 서양대해로 돌아갔습니다. 한편 흑수하신은 오공에게 감사를 드렸습니다.
하신 : “대성님 덕분에 전 오늘 수부를 되찾게 되었습니다.”
삼장 : “얘야, 오공아. 그나저나 이 강을 어찌 건너겠느냐?”
하신 : “장로님 걱정 마시고 어서 말을 타십시오. 제가 길을 열어 건너 드리겠습니다.”
하신이 물막이 법으로 상류의 물을 가로막자 얼마 안 있어 하류의 물이 말라들며 한 가닥 큰길이 나왔습니다.

선승이 구조되어 서역으로 향하니
물결 없이 길을 열어 흑하를 건너네.

얼마 후 서쪽 기슭에 닿은 일행은 하신에게 고맙단 말을 남기고 계속 서쪽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그들은 또 누구를 만나게 될까요?



다음 시간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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