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팔계의 도움으로 우마왕과 싸움 끝에
손행자는 파초선을 손에 넣다-제 81화
지난 시간 토지신이 대력왕에게 부탁해 파초선을 빌려야한다는 말을 전했는데 과연 대력왕은 누구일까요?
토지신 : “대력왕은 바로 우마왕입니다.”
오공 : “그럼 이 산불은 우마왕이 지른 거고 화염산이란 가짜 이름이란 말이냐?”
토지신 : “대성님께서 화내지 않겠다 약조하시면 사실대로 말씀드립지요.”
오공 : “네게 무슨 죄가 있겠느냐? 사실을 말하거라.”
토지신 : “이 불은… 원래 대성님께서 놓으신 겁니다.”
오공 : “뭐라고? 내 어디 불이나 지르고 다닐 사람이라고 무슨 그런 허튼소릴 하는 게냐?”
토지신 : “대성님께선 절 몰라보시는군요. 아니 왜 5백년 전에 천궁을 떠들썩하게 하고 현성님께 사로잡혀 노군님의 팔괘로 안에 들어가게 되셨잖아요. 나중에 노의 뚜껑을 열자 대성님께선 노를 차 넘어뜨리셨고 그 바람에 벽돌이 몇 개 떨어져 내렸는데, 그 벽돌의 열기가 남아 있었던 탓에 이 산이 화염산으로 되었습니다. 전 원래 도솔궁에서 연단로를 보던 도사였는데 노군께서 관리를 잘하지 못했다며 그 죄를 물어 이곳 화염산의 토지신으로 정배 보내신 겁니다.”
오공 : “그런데 나더러 대력왕을 찾아가란 건 무슨 이유에서인가?”
토지신 : “대력왕은 나찰녀의 남편으로, 지금은 적뢰산 마운동에 따로 나가 살고 있지요. 원래 그 곳엔 만세호왕이 살고 있었는데 백만금에 달하는 막대한 유산을 옥면공주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났지요. 그 공주는 그 재산을 관리해 줄 사람을 찾다가 우마왕이 신통력이 대단한 걸 알고 우마왕을 남편으로 맞이했습죠. 오랜 세월 돌아오지 않는 우마왕을 나찰녀에게 데려온다면 진짜 부채를 빌릴 수 있을 겝니다.”
오공 : “그 적뢰산은 어디에 있으며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
토지신 : “여기서 남쪽으로 3천리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오공은 팔계와 오정에게 스승님을 잘 보호하고 있으라 이른 뒤, 훌쩍 몸을 날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반 시간도 채 안되어 오공의 눈앞에는 높은 산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산꼭대기에서 내려와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오공의 눈에 소나무 그늘 밑에서 한 여자가 손에 향기로운 난초 한가지를 꺾어 들고 사뿐사뿐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오공 : “보살님! 어디로 가십니까?”
난데없는 말소리에 고개를 든 여인은 눈앞에 험상궃게 생긴 오공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옥면공주 : “어디서 오는 분이신데 이런 곳에서 누굴 찾으시는 거예요?”
오공 : “난 취운산에서 오는 사람인데 이곳을 지나다보니 길을 잘 알 수가 없군요. 여기가 적뢰산이 맞습니까?”
옥면공주 : “네, 맞아요.”
오공 : “혹, 마운동이란 곳이 어딘지요?”
옥면공주 : “그건 또 왜 물으시오?”
오공 : “난 취운산 파초동의 철선공주가 보내어 우마왕을 모시러 왔습니다만.”
그 여인은 철선공주가 우마왕을 데리러 보냈다는 말을 듣곤 부아가 치미는지 귀밑까지 빨개져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옥면공주 : “이런 무례해도 분수가 있지. 내 집에 우왕이 온 지 2년도 안되어 금은보석과 능라주단을 얼마나 보냈고, 철따라 땔나무며 먹을 것은 또 얼마나 보냈는데 염치없이 우왕을 보내달라구?”
오공 : “(호통치듯)이런 못되먹은 것 같으니라구. 결국 돈으로 우왕을 꾀어내 살고 있으면서 수치스러운 줄도 모르고 도리어 누굴 책망하는 것이냐?”
오공이 소릴 질러가며 호통치자 겁이 난 여인은 동굴로 뛰어들어가 문을 쾅 닫아버렸습니다. 방망이질하는 가슴을 안고 우마왕의 서재로 들어가, 조용히 책을 읽는 우마왕의 품에 안겨들며 분에 겨워 엉엉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우마왕 : “이쁜이!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어서 말해보라구!”
공주 : “(쏘아 부치듯)당신 같은 바보 때문에 나만 죽어났지 뭐예요.”
우마왕 : “(웃으며) 아니 무슨 일로 날 욕하는 게요?”
우마왕은 조금 전 일을 전해듣더니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우마왕 : “내 아내는 어릴 적부터 수행을 해온 터라 도를 깨친 선녀나 다름없어. 게다가 문단속이 엄해서 집 안에 삼척동자도 하나 없는 형편이니 이는 필시 웬 요괴가 내 아내의 이름을 팔아 날 찾아온 것일터, 내 어디 한 번 나가봐야겠구나.”
서재에서 나온 우마왕은 갑옷을 입고 혼철곤을 손에 든 채 동문 밖으로 나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우마왕 : “어떤 놈이 내 집 문 앞에 와서 무례하게 구느냐?”
오공 : “형님! 이 동생을 알아 보시겠소?”
우마왕 : “너 재천대성 손오공이 아니더냐? 안그래도 네게 앙갚음을 하려 벼르고 있었는데 제발로 날 찾아왔구나.”
오공 : “형님! 절 오해하지 마슈. 지금 아들은 선재동자가 되어 우리보다 더 높은 지위에서 향락을 누리며 불로장생하고 있단 말요. 날 원망하기보단 오히려 기뻐해야 하지 않겠소?”
우마왕 : “이놈이 말은 잘도 둘러 붙이는구나. 내 아들 일은 그렇다치고 왜 내 애첩까지 못살게 굴면서 쳐들어온 거냐?”
오공 : “형님을 만나러 왔는데 집을 몰라 묻다, 그분이 둘째 형수인걸 모르고 날 꾸짖기에, 그만 홧김에 내가 형수님을 노하게 했던거요. 부디 날 용서해주시구려.”
우마왕 : “그런 사정이었다면 내 너그러이 용서해 주마.”
오공 : “실은 내 형님께 부탁이 있소이다. 내 당승을 보호해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가는 길에 화염산에 막혀 길을 나아갈 수 없게 되었지 뭔니까? 하여 형수님인 나찰녀의 파초선이 필요한데 빌려주시진 않고… 그러니 형님께서 그 부채 좀 빌려 주시겠소이까?”
우마왕 : “그러니까 넌 지금 파초선이 필요해 날 찾아온 게로구나. 염치가 없어도 유분수지. 네가 날 상대로 세 합쯤 견뎌낸다면 내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말을 마치자마자 우마왕은 자신의 혼철곤으로 오공을 내리치고 오공은 이에 당할세라 금고봉으로 막아내며, 둘의 싸움은 끝이 날 줄 모르고 계속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이 한참 싸우고 있는데 별안간 산봉우리에서 누군가 소리를 쳤습니다.
부하 : “우마왕님! 저희 대왕님께서 연회에 초청하시니 부디 왕림해 주십시오.”
우마왕 : “응? 연회라구? 원숭이 놈아! 잠시 기다리거라. 난 친구의 연회에 갔다와야겠다.”
그리고는 갑자기 구름을 낮춰 동굴 속으로 들어가더니 갑옷을 벗고 나들이옷으로 갈아입고는 졸개들에게 집을 잘 지키라 이르고 ‘벽수금정수’를 잡아타고 안개구름을 몰아 서북쪽으로 날아갔습니다. 이를 바라보던 오공이 우마왕의 뒤를 쫓아가니 깊은 산 속 호수가에 난석산 벽파담이라 씌어진 비석이 있었습니다. 호수 안으로 들어가니 영롱한 패루가 서있고 그 아래에 벽수금정수가 매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오공 : “지금 우마왕은 술에 정신이 팔려있는 터,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없으니 차라리 이 금정수를 훔쳐다 우마왕으로 둔갑해 나찰녀를 속이는 편이 나을듯 싶구나.”
이리 작정한 오공은 금정수의 고삐를 풀어 훌쩍 안장 위에 올라타고 곧장 취운산의 파초동 입구에 이르렀습니다.
(우마왕)오공 : “문 열어라, 문 열어!”
시녀들 : “마님, 서방님이 오셨어요.”
나찰녀 : “뭐라고? 서방님이 오셨다고? 얘들아, 어서 차를 준비하거라.”
(우마왕)오공 : “여보, 그간 별고 없었소?”
나찰녀 : “대왕님께선 기력이 좋으신지요? 깨가 쏟아져 저 같은 건 거들떠보지도 않으시더니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이리 오신 거예요?”
(우마왕)오공 : “하하, 내 그간 손님도 많고 집안 살림도 좀 돌봐야하니 그곳에 오래 머물게 되었지. 내 소문을 듣자하니 손오공이가 화염산 부근까지 온 모양이던데 혹시 부채를 빌리러 올지 모르니 오면 내게 알리도록 하시오. 난 그놈을 잡아서 우리 부부의 원한을 풀어야겠소이다.”
나찰녀 : “(눈물 흘리며)웬걸요. 벌써 그 손오공이란 놈이 다녀갔답니다.”
나찰녀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뻔한 일과 부채를 빌려주고 말았다는 사실을 우마왕에게 말했습니다. 가짜 우마왕은 짐짓 안타까운 듯 가슴을 두드려 보였습니다.
(우마왕)오공 : “아니 뭐요? 허 참, 부채를 빌려주었다구? 그리 귀중한 보물을 그녀석에게 내주다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로구만!”
나찰녀 : “호호호, 제가 설마요? 걱정마세요. 제가 진짜는 잘 간수해 두었으니까요. 오랜만에 주안상을 준비했으니 고향의 물맛으로 아시고 이 잔을 받아주세요.”
이렇게 시작한 술잔에 거나하게 취한 나찰녀는 그저 오랜만에 본 우마왕에게 푹 빠져버렸고, 오공은 그 틈을 노려 슬며시 파초선에 대해 구슬리듯 물어보았습니다.
(우마왕)오공 : “여보, 당신의 그 진짜 부채는 어디다 두었소? 조심해야지 그 손행자는 둔갑술이 여간 무서운 놈이 아니란 말이야.”
나찰녀는 웃으며 입속에서 살구잎 만한 것을 뱉어서 오공에게 주었습니다.
(우마왕)오공 : “아니 이리 작은 걸로 어찌 8백리나 되는 큰불을 끌 수 있단 게지?”
술이 거나하게 취한 나찰녀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보물의 사용법을 말했습니다.
나찰녀 : “아니, 옥면공주때문에 머리가 어찌 되신게 아니오? 어찌 자기집 보물에 대해 잊으셨을꼬? 왼쪽 엄지손가락으로 부채자루의 일곱번째 붉은 실을 건드리면서 ‘희허가흡희취호’라 외우면 길이가 열두 자로 커지잖아요.”
말을 들은 오공은 보배를 입안에 넣기가 바쁘게 얼굴을 스윽 문질러 본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런 다음 이내 몸을 솟구쳐 구름을 잡아타고 높은 산정에 올라 나찰녀가 일러준 대로 주문을 외니 삽시간에 열두자나 되는 큰 부채가 되었습니다. 과연 가짜와는 달리 상서로운 기운이 아련히 어려있고 서른 여섯 갈래의 붉은 실이 안팎으로 가로세로 엇갈려 있었습니다. 불행히도 작게 하는 주문은 알지 못했기에 오공은 그대로 큰 부채를 어깨에 메곤 오던 길로 돌아섰습니다.
한편 우마왕은 연회를 마치고 나와, 벽수금정수가 보이질 않자 손오공의 소행임을 깨닫곤 즉시 나찰녀에게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우마왕이 본 것은 나찰녀가 발을 동동 구르고 가슴을 치면서 고래고래 소릴 지르고 벽수금정수가 아래켠에 매 있는 모습 뿐이었습니다.
나찰녀 : “아이 분해. 분해 죽겠어. 감히 날 속이고 내 보물을 빼앗아 도망쳐 버리다니.”
우마왕 : “내 그놈을 쫓아 보물을 빼앗아 낼 테니 조급해하지 마시오. 내 반드시 당신의 분풀이를 해줄 테니.”
우마왕은 그 길로 나찰녀의 두 자루 청봉검을 들고 통이 좁은 갑옷을 입은 뒤 파초동을 나와 나는 듯이 화염산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오공이 파초선을 어깨에 메고 신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본 우마왕은 팔계로 둔갑해 오공을 속이기로 결심합니다.
(팔계)우마왕 : “형 내가 왔어, 스승님께서 형이 너무 안 돌아오니까 우마왕을 이겨내지 못한다 생각드셨는지 나더러 형을 마중나오게 하셨어.”
오공 : “하하하. 걱정 말거라. 내 그 보물을 벌써 손에 넣었단다.”
(팔계)우마왕 : “형 정말 수고가 많았네. 그럼 형은 피곤할 테니 이젠 내가 들고 가지 뭐.”
오공은 그가 가짜 팔계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파초선을 넘겨주었고 줄이고 늘이는 주문을 아는 우마왕은 부채를 받자마자 살구잎만하게 줄여버렸습니다.
우마왕 : “고약한 원숭이 놈아, 날 알아보겠더냐?”
오공 : “어랏! 이건 나의 실수였구나!”
오공이 서둘러 우마왕을 덮치니 우마왕은 얼른 부채로 그를 부쳤지만 전날 정풍단을 삼킨 오공은 아무리 부채질을 해도 꿈쩍하지 않으니 당황한 우마왕은 오공과 또다시 공중전을 펼쳤습니다.
한편 길바닥에 앉아버린 삼장은 불기운이 사람을 푹푹 쪄대고 갈증만 나니 마음만 점점 초조해져만 갑니다.
삼장 : “애들아. 너희 중 누가 형을 마중가지 않겠느냐? 오공을 도와 부채를 얻어와 내 근심을 덜고 하루속히 화염산을 넘어 경을 가지러 갈 수 있게 해다오.”
팔계 : “제가 형을 마중가고 싶어도 지금은 어두워졌고 적뢰산이 어딘지 길도 모르니 어쩝니까요?”
토지신 : “제가 그 길을 아니 제가 당신과 함께 가 드리지요.”
팔계가 토지신과 구름을 잡아타고 동쪽을 향해 날아가니 광풍이 몰려 있고 외침소리가 들려오는 손행자와 우마왕이 죽기살기로 싸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팔계 : “형, 내가 도와주러 왔어.”
오공 : “아휴. 넌 번번이 내 일을 그르치기만 하는구나.”
팔계 : “난 그저 스승님께서 마중가라고 해서 왔는데 길을 몰라 토지신을 길잡이로 내세워 오다보니 조금 늦어진 것뿐인데 왜 내가 형의 일을 그르쳤다는 거야?”
오공이 팔계로 변한 우마왕에게 속아 부채를 뺏기고 싸우고 있노라 말해주니, 팔계는 크게 화를 내며 갈퀴를 쳐들고 우마왕에게 대들었습니다.
팔계 : “감히 네 놈이 내 모습으로 둔갑해 내 형을 속이고 우리 형제간의 화목을 깨뜨리는 거냐!”
우마왕과 대적한 오공과 팔계는 죽기 살기로 무려 백여합이나 싸웠지만 좀처럼 승부는 나지 않았습니다. 옥면공주가 밖에 있는 대소 두령들에게 무기를 가지고 가 우마왕을 돕게 하고, 토지신은 음병들과 힘을 합쳐 오공 일행을 도우니 그 싸움은 언제나 끝이 나려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긴 싸움 끝에 동굴로 피하려던 우마왕은 토지신에 의해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자 한마리 고니로 변해 도망치니 오공은 송골매로 변하고, 우마왕이 흰두루미로 변하니 오공은 또다시 붉은 봉황이 되고, 사향노루로 변하면 주린 범으로, 얼룩표범이 되니 사나운 사자로, 곰으로 변하니 큰 코끼리로, 최후에 우마왕은 큰 흰소로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곤 동굴로 급히 숨어버렸습니다. 그 사이 마운동을 박살내고 돌아온 팔계와 토지신은 파초동으로 돌아와 오공과 합류했습니다.
오공 : “팔계야. 네가 이번에 큰 공을 세웠구나. 축하한다. 난 우마왕과 둔갑술을 겨뤘지만 아직도 승부를 가르지 못했구나. 또다시 우마왕은 저 동굴속으로 들어가 움직이질 않으니”
팔계가 위풍을 떨치며 동굴문을 내리쳐 돌담과 함께 무너뜨렸습니다.
나찰녀 : “대왕님, 어서 부채를 원숭이 놈에게 줘 물러가게 하세요.”
우마왕 : “난 그놈과 원한이 깊어 다시 한번 더 겨뤄봐야겠소이다. 잠시만 더 기다려주구려.”
또다시 시작된 싸움 역시 쉽사리 끝나지 않고 슬슬 힘이 빠진 우마왕이 북으로 도망치니 신통력이 대단한 오대산의 발법금강이, 남쪽으로 도망치니 아미산의 승지금강이, 동쪽으로 가니 수미산의 비로사문 대력금강이, 서쪽으로 가니 곤륜산 불괴존왕 영주금강이 여래님의 밀지를 받고 막아 나서는 것이 아니겠어요? 우마왕은 가슴이 떨려 부질없이 도망쳐 온 것이 못내 후회되었지만 이내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고, 하지만 그곳에서도 이미 탁탑 이천왕과 나타태자가 어두약차와 거령신장들을 거느리고 옥제님의 명을 받잡고 하늘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우마왕 : “(큰소리로 애원하듯)여보! 어서 부채를 내다 내 목숨을 구해주구려.”
나찰녀 : “보살님들. 제발 저희 부부의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손 시숙께서 공을 세우시도록 이 부채를 내 드리겠습니다.”
오공은 성큼 나서서 부채를 받아 들더니 일행과 함께 구름을 타고 동쪽으로 날아갔습니다.
삼장 : “얘, 오정아! 저기 오는 이들이 누구더냐?”
오정 : “예, 저기 오는 건 사대금강, 금두개체, 육갑육정과 호교가람 그리고 천신들입니다. 소를 몰고 오는 것은 삼태자이고 조요경을 들고 있는 이는 탁탑이천왕이고 오공 형은 파초선을 가졌고 둘째 형과 토지신은 그 뒤를 따라오고 있습니다. 그 나머지는 모두 호위병들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삼장은 근심이 사라지고 마음도 한결 가뿐해졌습니다.
토지신 : “대성님, 나찰녀에게 물어 이 불을 완전히 끄신 다음, 부채를 돌려주신다면 소신도 이곳에 머물 수 있고 이 부근의 백성들도 구제될 것이니, 그야말로 은덕이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찰녀 : “불을 완전히 끄시려면 부채를 연달아 마흔 아홉번 부치셔야만 영원히 불은 다시 살아나지 않을 겁니다.”
과연 마흔아홉 번을 부치니 큰비가 내리고 불이 있는 곳에만 내리는 게 아니겠어요? 그들은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아침 일찍이 말과 봇짐을 챙긴 뒤, 부채는 나찰녀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오공 : “이 오공이 부채를 돌려주지 않으면 세상사람들이 날 신용없는 자로 알 거란 말야, 그러니 이 부채를 갖고 돌아가 다신 말썽을 일으키지 말도록 하라구. 어쨌거나 네가 사람의 도리만은 깨친 셈이니 내 특별히 용서해 주겠다.”
먼 훗날, 나찰녀는 수행에 힘써 정과를 얻고 경문 속에 들어 천추에 길이 이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나찰녀와 토지신의 전송을 받은 오공과 팔계와 오정은 삼장을 보호해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서천길에 올랐습니다.
다음 시간을 기대해 주세요.
-2024년 10월 3일 수정-